[경제] 고용보험 지금도 적자인데…자발적 이직 청년까지 실업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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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구직자의 모습. 뉴스1
자발적으로 이직하는 청년에게도 실업급여(구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이 국정과제위원회 논의 테이블에 올라 막판 검토 중이다. 제도 도입 시 실업급여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당초 고용노동부가 국정위에 보고한 안은 ▶자발적으로 이직한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생애 1회 ▶이직 후 6개월의 대기기간을 거쳐 ▶월 최대 100만원씩 최대 4개월간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논의 과정에서는 대기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자는 제안과 함께, 지급 대상 연령을 2년마다 10세씩 단계적으로 늘려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는 실업급여는 계약만료, 권고사직, 임금체불, 질병 등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발적으로 퇴사한 청년들은 실업급여 대상자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퇴사 후 안정적인 구직활동이 어렵다. 이들의 소득 공백을 메워주고, 구직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하지만 지급 대상이 확대될 경우 연 2조 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국정위 관계자는 “큰 재정이 소요되는 만큼 재정 당국의 반발을 넘기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대상과 지급기간을 두고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금도 자발적 퇴직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에게 ‘실업급여를 받게 해 달라’고 비자발적 퇴직으로 꾸미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복수급자(5년간 3회 이상 수급) 수 역시 2020년 9만3000명에서 2024년 11만3000명으로 약 20% 증가했다. 김희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발적 실업자에게 단발적으로 지급되는 실업급여는 입사 초기 청년들의 근속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수급 요건만 충족한 뒤 곧바로 퇴사하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수급 행태를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재민 기자
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실업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이 이미 고갈 상태를 넘어 실질적으로 바닥이 난 상황이라는 점이다. 2023년 말 기준 고용보험기금 잔액은 약 7조8000억 원이지만, 이 중 10조3000억 원은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차입금이다. 2021년 5조5000억 원 수준이던 차입액은 불과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겉보기에는 잔액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조 원대 적자를 기록 중인 셈이다. 여기에 올해 들어 실업급여 지급액이 매월 1조 원에 달하고 있어 이미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조3000억 원을 확충한 상황이다.또 고용보험을 활용한 사회안전망 확충 정책이 대거 예고됐다.
결국 추가 실업급여 제도 도입 시 고용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발적 이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국가는 독일(2.6%), 프랑스(4%), 일본(1.45%) 등으로, 일본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1.8%)보다 고용보험료율이 높다. 추가 인상 시 2%대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강한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업급여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최저임금에 연동된 하한액이 상한액을 초과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제도 설계의 불균형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현재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 192만5760원인데 세후 기준 최저임금 근로자의 실수령액(약187만4490원)보다 많다. 일하는 사람보다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이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구조인 셈이다. 아무리 오랜 기간 보험에 가입해도 최대 수급 기간은 270일에 불과하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수령액이 최저임금보다 높은 하한액은 줄이되, 너무 낮은 측면이 있는 상한액은 수급 기간이나 조건에 따라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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