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LH 공영개발 전환, 정부 지원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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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민간공급 위축 효과로 도시개발과 주택건설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LH의 책임과 부담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건설업 전반의 위기로 작년 한해 폐업신고한 종합건설업체만 641곳을 기록, 2005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 5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 6678가구로 전월에 비해 다소 감소했으나,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 7013가구로 집계돼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사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에 지방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며 유동성 경색이 겹친 상황이다.

LH는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공공기관 전체 투자 목표 63조 5천억원의 약 30%에 해당하는 18.4조원을 집행했으며, 건설공사 발주도 15조 3천억원을 시행, 공공부문 건설공사 전체 수주액 66조 7천억원의 23%를 감당했다. 주택공급도 대폭 확대하여 작년 10만 6천호에 해당하는 주택사업승인을 추진한데 이어, 주택착공물량도 5만호를 소화했다.

여기에, 지난해 8.8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며 그린벨트 해제지역 신규 개발을 통한 5만 가구 공급, 비아파트 활성화를 위한 매입임대주택 연간 5만호 매입도 LH 몫이 됐다. LH는 지난해 신축매입약정 방식으로 비아파트 3.9만호 물량을 확보했고, 수도권에서만 3.4만호를 매입했다. ’24년 한해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3만 7천호임을 감안하면, 연간 공급물량을 초과하여 매입약정을 체결한 셈이다.

건설경기 부양, 주택공급 확대 등 정책과제 수행을 도맡아 추진해 온 LH는 이번 정부경영평가에서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아 양호(B) 등급을 달성했다. 최근,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사업구조 개편 논의가 도마에 올랐는데, 새정부도 건설사업, 부동산시장에서 LH가 수행하는 막중한 역할을 감안해 신임 국토부 수장의 첫 과제로 LH 개혁을 들고 나온 게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다.

LH가 공영개발 방식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할 경우, 사실상 교차보전이 불가능해져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익명의 LH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과거에도 판교 등 공영개발사업을 추진한 사례가 있어 사업구조 전환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는 분위기다”라면서도, “임대주택사업 손실 규모가 한해에만 2조 5천억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사업물량은 늘어나고 택지개발 이익은 활용하지 못하는데 이대로는 운영이 힘들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2005년 LH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판교 신도시에 주택공영개발을 추진한 사례가 있다. 판교신도시 주택 2만 9천호 중 9천호 가량을 공영개발로 추진하면서 중대형 아파트 분양 시 주택채권 입찰제를 적용했다. 주택채권 입찰제는 분양가는 낮게 책정하되, 수분양자가 주변 아파트와의 시세차익만큼을 국민주택채권으로 매입하게 하는 방식이다. 채권 매각금액을 주택기금으로 활용할 수 있어 일부 개발이익 환수 효과가 있다.

다만, 내부 관계자 발언처럼 사업구조 개편으로 인한 LH의 수익성 악화, 사업물량과다 등은 따져볼 만한 대목이다. LH가 공공임대주택 한 가구를 건설하는데 들어가는 사업비는 3억 2000만원으로 정부지원에도 가구 당 약 1억 1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임대주택 물량이 늘어날수록 적자가 고스란히 누적되는 구조다. 변창흠 세종대학교 교수는 “현재 LH는 택지 매각에 따른 이익을 주거복지 사업과 임대주택에 투입하는 구조인데, 이를 깨려면 정부가 임대주택 비용을 별도로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력부족도 문제다. LH에 따르면, ’24년 기준 정원 1인당 사업비 규모는 21억으로 SOC 공공기관 인당 사업비 평균 11억의 2배에 이른다. ’27년에는 인당 사업비가 55억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21년에 비해 정원은 838명 가까이 줄어든 반면, 담당 사업은 지속 증가해 ’27년에는 연간 사업비 규모가 48조에 달할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퇴사자도 매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1년부터 4년간 총 1,197명이 퇴사해 연평균 300명 가까운 인원이 LH를 떠났다. 민간이 담당하던 주택공급을 공영개발 방식을 통해 LH가 전담할 경우, 인력부족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LH는 역대 최대 규모인 19조원의 투자집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택사업승인 10만호와 주택 착공 6만호도 추진한다. 분양주택도 역대 최대규모인 2만 4천호를 공급하며, 임대주택 6만 4천호를 합하면 총 8만 8천호 가까운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된다.

문제는 주택 인허가 물량이 매년 40~50만 가구에 달하는 데 비해, LH가 현재 역량으로 소화할 수 있는 규모는 10만호 수준이라는 점이다. 향후 공영개발 방식 전환으로 3~4배에 이르는 주택건립을 떠맡아야 할 수도 있다. LH가 국민이 체감가능한 주택공급 성과를 낼 수 있으려면 정부 재정지원, 인력 확충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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