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강선우 "예산 징벌적 삭감"…갑질 의혹, 국회 문서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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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 당시 여가부 장관에게 갑질한 정황이 공식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강 후보자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한 정영애 전 장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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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날 강 후보자는 보좌진 갑질 논란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그 논란 속에서 상처를 받았을 보좌관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중앙일보가 21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22년도 여가부 소관 예산안 등에 대한 예산결산심사소위 심사자료’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여가부 기관 운용 기본경비 예산에 대해 30% 삭감 의견을 내며 “징벌적 삭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8억3700만원의 기존 예산에서 2억5100만원을 삭감해 5억8600만원만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강 후보자가 밝힌 삭감 이유는 “장관정책보좌관의 원활한 국회 관련 업무 수행 및 정책 조정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였다.

강 후보자는 4억300만원인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안에 대해서도 “징벌적 삭감이 필요하다”며 30% 감액한 2억8200만원 배정을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기획조정실의 원활한 국회 관련 업무 수행 및 정책조정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상황”이란 이유를 댔다. 해당 자료는 2021년 11월에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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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예산 심사 한 달 전에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정 전 장관 답변이 마음에 안 든다며 강 후보자가 여가부 기조실을 통해 ‘운영 경비를 삭감시키겠다. 장관이 직접 사과하러 오시라’고 했다”며 “‘사과하지 않으면 예산이 삭감된다’는 기조실의 요청에 정 전 장관이 강 후보자에게 직접 사과를 하러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국감 회의록에 따르면 강 후보자가 “서울 서부권에 오랫동안 해바라기센터가 없었다. 알고 있냐”고 묻자 정 전 장관은 “해바라기센터 숫자가 감소하기보다는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강 후보자는 “장관님, 장관님”이라고 말한 뒤 “숫자가 유지되고 있다고요? 특정 권역에 해바라기센터가 없는데 줄어든 것 아닙니까”라고 질타했다.

이같은 내용은 정영애 전 장관의 폭로에서도 드러난다. 정 전 장관은 전날 지인들에게 공유한 글에서 “당시 (강 후보자가) 본인 지역구(서울 강서구)에 해바라기센터를 설치하려고 제게 요청했다”며 “(센터 설치에 필수적인) 산부인과 의사 확보가 어려워 ‘다음 기회에 꼭 협조하겠다’고 전달하니 (강 후보자가)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내고 여가부 기조실 예산 일부를 삭감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강선우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소리 듣고 예산을 살렸던 기억이 난다”며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갑질을 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덧붙였다.

김정재 의원은 “강 후보자의 언행은 국회의 예산 심사 권한마저 갑질의 도구로 이용한 매우 악질적인 행태로써, 행정부를 괘씸죄로 다스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특히 ‘징벌적 삭감’이란 말 자체에서 강 후보자의 폭력성과 권위의식을 엿볼 수 있다. 국무위원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마저 부족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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