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느닷없이 "킹 목사 암살 문건 공개"…트럼프 속보이는 &a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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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도착한 후 마린 원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1일(현지시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사건과 관련한 연방수사국(FBI) 기밀문서 23만여 쪽을 유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에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것으로, 중대하고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에 대한 완전한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프리 엡스타인 스캔들의 수렁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의 눈길을 돌리기 위해 폭로로 위기를 덮는 ‘폭로 정치’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한 킹 목사 암살 사건 기록에 획기적인 자료가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이번 자료 공개가 미 대중의 눈길을 끄는 건 1968년 4월 킹 목사에게 총격을 가한 백인 우월주의자의 배후에 거대한 무언가가 있다는 음모론이 미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회자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 정부가 수집한 킹 목사의 혼외 관계 등 일탈 등이 자료에 담겼을 가능성이 있어 유족들의 우려와 함께, 대중들의 말초적 호기심을 끌만한 소재가 풍부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킹 목사의 유족들은 “연민과 절제, 유족에 대한 존중감을 갖고 자료를 대해달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이틀 전부터 트루스소셜 계정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체포하는 인공지능(AI) 영상을 올리거나, 죄수복을 입은 오바마 행정부 핵심 인사들의 머그샷을 올리며 자신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심지어 정치와 무관한 오토바이 곡예·고속도로 추격 장면이 담긴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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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체포되는 장면이 담긴 인공지능(AI) 영상.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이 때문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자료 공개”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눈치다. 주요 언론은 공개 시점을 주목하며 “엡스타인 스캔들에 대한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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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다 파워 전 미국 국제개발처(USAID) 국장에 대한 금전 의혹 제기 글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야인 시절의 트럼프 대통령은 유력인사들에게 미성년자를 성접대한 혐의로 수감됐다가 자살한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해 음모론을 부추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엡스타인의 죽음이 타살이고, 그 배후에 민주당 인사들이 주축이 된 ‘딥 스테이트’라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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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맨손으로 잡는 여성,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 오토바이 곡예 영상 등 정치와 무관한 장면을 짜깁기한 영상.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대통령 취임 이후엔 지지자들의 바람과 달라 엡스타인 관련 음모론을 속 시원히 밝히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친분이 거듭 공개되고 관련 폭로가 나왔다. 일부 지지자들은 실망감을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역공을 받는 처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루스소셜에서 “‘제프리 엡스타인 사기극’에 (나의) 지지자들이 넘어가고 있다”며 자신과 관련한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 14~15일 진행된 최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60%를 포함한 전체 미국인의 55%가 “정부가 엡스타인의 죽음과 관련한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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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엡스타인(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사진 유튜브 캡처

다만 폭로 정치를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엡스타인 의혹에 대해 이번 만큼은 핵심 지지층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공화당 전략가인 알렉스 코넌트는 WP에 “트럼프는 누구보다 이슈 전환에 능한 정치인이지만 이번엔 지지층이 문제의 본질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과 주류 언론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했다. 러셀 뮤어헤드 다트머스대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는 자신을 ‘엘리트가 아닌 엘리트’로 내세웠지만, 엡스타인 정보를 숨기려는 모습은 기존 엘리트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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