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게 진짜 돌봄복지…청각장애 치매 어르신 6개월 설득해 구조한 돈암1동 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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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원 돈암1동주민센터 주무관과 독거노인 조모씨가 필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성북구

“아버님, 그래도 이렇게 치우니까 어때요?”
“좋은니다.”

박도원(37) 서울 성북구 돈암1동주민센터 주무관이 독거노인 조모(81)씨와 이런 필담을 나누기까지 걸린 시간은 장장 6개월이었다. 지난 17일 꽉 닫혀 있던 조씨의 집 문이 마침내 열렸다. 돈암1동주민센터의 주도로 쓰레기로 가득 찬 집 청소와 방역을 끝냈다. 청각장애와 치매를 앓고 있던 조씨와 6개월가량의 소통 끝에 일상회복을 도왔다. 식사부터 병원 동행까지 민관이 협력해 조씨의 회복을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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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성북구

쓰레기 더미 속에 살던 청각장애·치매 독거노인 

박 주무관이 조씨의 상황을 처음 인지한 것은 지난 2월이었다. 성북구청에서 돈암1동주민센터로 근무지 이동을 한 지 한 달여가 지났을 때다. 긴급복지를 담당하는 박 주무관의 레이더에 위기상태에 놓인 조씨가 포착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조씨는 정기 모니터링 대상자였지만 연락이 잘 안 되었다. 청각장애를 가진 조씨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박 주무관은 “어르신의 상태를 확인한 뒤 바로 내부 회의를 거쳐 긴급복지 사례대상자로 선정하고 소통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문전박대를 당했다. 조씨는 문 여는 것조차 거부했고, 어쩌다 열린 문틈으로 말을 건네면 “가라”고 소리 질렀다. 홀로 사는 조씨의 집 안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조씨에게 남은 가족으로 조카가 있었지만, 연락이 원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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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던 조씨의 집 안.사진 성북구

박 주무관은 “어르신의 마음을 여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계속 찾아가면서 문은 조금씩 열렸다. 3월에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하는 조씨의 방안에 청각장애인 신호장치를 설치할 수 있었다. 화ㆍ목요일마다 조씨에게 무료급식 밑반찬 배달을 하는 길음종합사회복지관에 모니터링 강화를 요청했다. 현관 문고리에 반찬을 걸어두는 게 아니라 집 안에 놓고 식사를 했는지까지 확인하기로 했다.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에서 월·수·금 무료 우유배달도 하기로 했다. 박 주무관은 “어르신이 우유를 좋아하셔서 수소문했고, 반찬과 우유배달을 통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어르신 상태를 체크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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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암1동주민센터의 지원으로 청소와 방역을 끝낸 뒤의 모습. 사진 성북구

조금씩 소통이 가능해지자 박 주무관은 조씨와 함께 병원 진료 동행에 나섰다. 그 결과 조씨는 치매ㆍ당뇨ㆍ디스크를 진단받았다. 주민센터에서 이를 토대로 장기요양등급을 직권으로 신청했다. 박 주무관은 “22일 등급판정 위원회가 열리는데 인지지원 등급이 나오면 일주일에 세 번 요양보호사가 조씨의 집을 방문해 식사준비와 치매 관리 등을 돕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주무관 “동 주민센터가 어르신에게 최후의 안전망”

조씨가 끝까지 허락하지 않았던 것은 집 청소였다. “내 집은 내가 치우겠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박 주무관은 고장 난 채 곰팡이가 가득한 냉장고와 쓰레기로 가득한 집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조씨를 계속 설득해 지난 17일 청소와 방역을 끝냈다. 길음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침대와 매트리스를 후원했다. 서울형 긴급복지 지원으로 새 냉장고도 샀다. 9월에는 성북구의 자원봉사센터에서 도배ㆍ장판도 새로 할 예정이다.

성북구에 사는 독거노인은 2만1198명이다. 성북구 노인 인구의 24.8%에 달한다. 박 주무관은 “돌봐줄 곳 전혀 없는 독거 어르신의 제일 가까이에 있는 게 주민센터”라며 “저희가 놓게 되면 어르신이 방치되니, 최대한 그러지 않도록 최후 안전망이 된다는 마음으로 찾아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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