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통법 사라진 성지 “최신 Z플립7 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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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첫날 판매점 르포
“갤럭시 S25는 공짜폰으로도 나온다. 전액 지원할 수 있다.”(용산 전자상가 판매직원 A씨)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 첫날인 22일 오후 서울 용산 전자상가 휴대전화 유통점에서 만난 직원 A씨는 “단통법이 폐지된 덕에 신형 기종이 평소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현재 사전 개통 중인 갤럭시Z 폴드7은 40만원에 개통할 수 있다”며 “단통법 폐지 이전엔 꿈도 꿀 수 없었던 가격”이라고 덧붙였다.
11년 만의 단통법 폐지로 통신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가 사라지고, 공시지원금의 15% 한도로 제한됐던 추가지원금 상한도 사라졌다. 단말기 가격보다 지원금이 높은 ‘마이너스폰’ 형태와 기존에 불법으로 간주했던 ‘페이백’도 이날부터 허용된다.
이날 용산 휴대전화 유통점에서 만난 직장인 강민석(33)씨는 “단통법이 폐지됐으니 사전 예약보다 더 큰 할인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회사 쉬는 날에 와봤다”고 말했다. 3시간 동안 보조금을 알아봤다는 안민제(29)씨는 “10곳 넘게 돌아다녔는데 며칠 더 상황을 보고 주말에 강변 테크노마트 등을 둘러보고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둘러본 유통점 5곳 모두 통신사 이동 시 최대 할인을 제시했다. 출고가가 150만원대인 갤럭시Z 플립7(256GB)을 번호 이동할 경우 약 110만원 할인된 4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지’로 불리는 일부 유통점에선 더 파격적인 가격도 등장했다. B유통점은 이날 통신사를 이동하면 갤럭시Z 플립7(512GB)을 9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는 출고가 164만원의 약 6% 수준으로 전날 대비 5만~10만원 저렴해진 가격이다. 다만 개통 후 6개월간 11만원대 요금제를 유지해야 한다. 통신사를 이동하지 않을 경우엔 24만원에 구매 가능하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파격 할인의 경우 조건을 어기면 위약금을 납부할 수 있다”며 “계약서에 명시된 위약금 관련 조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도 지원금을 상향했다. LG유플러스는 갤럭시Z 플립7(512GB)을 24개월 선택약정으로 구매할 경우 총 69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전날(60만원)보다 9만원 늘었다. SK텔레콤도 24개월 선택약정으로 같은 기종을 사면 총 59만4000원을 지원한다. 전날(57만5000원) 대비 소폭 상향됐다. KT는 갤럭시Z 플립7 기준 단통법 폐지 전날과 동일한 금액(57만5000원)을 지원 중이다. KT 관계자는 “지난 20일 갤럭시Z 플립7 지원금을 상향(10만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폰 업계는 단통법 폐지 영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에 불법이었던 보조금 경쟁이 합법화돼, 자급제로 기기를 구매한 뒤 알뜰폰을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휴대전화 회선 기준(5월) 알뜰폰 점유율은 17%(999만7971명)로 10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에서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풀면 신규 (알뜰폰) 가입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도 소비자 동향을 면밀히 분석 중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경쟁 상황과 예산 등을 고려해 지원금을 정할 것”이라며 “기존엔 공시지원금을 최소 일주일간 유지해야 했지만, 이제 하루만 유지해도 되기에 사실상 무한 경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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