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中대사 "시진핑 APEC때 방한, 진지하게 고려중" 첫 공개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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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戴兵) 주한 중국 대사가 2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방한에 대해서 베이징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 당국자가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 '진지한 고려'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사실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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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오픈데이 행사에서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이 대사는 이날 '대사관 개방의 날'(오픈 데이)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외교 채널에서 소통하고 있고, 한국의 태도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사관 관계자도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 한국에서 말씀을 많이 줬기에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중국은 다양한 양자 접촉 과정에서 비공개로 이런 의사를 밝힌 적이 있지만, 주한 중국 대사가 공개적으로 발언한 건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지적이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2월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린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시 주석을 만난 뒤 국회의장실은 시 주석이 "APEC 정상회의에 국가 주석이 참석하는 것은 관례이며,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시 주석의 발언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 당국 차원에서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해 내놓은 공개적 입장은 지난해 9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시 주석이 방한하려면)적절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한 정도가 전부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진지한 고려' 입장을 밝힌 걸 두고 시 주석이 보다 긍정적으로 방한을 검토 중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이와 관련, APEC 정상회의는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 주석이 경주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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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오픈데이 행사에서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또 이재명 정부가 한·중 관계 개선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다이 대사는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한 관계는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청소년들이 양국 협력의 계승자, 양국 관계 미래의 건설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면서다.

이와 관련, 대사관 관계자는 중국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세 개의 구조물에 대해 "올해 한국의 APEC 정상회의도 있는데 작은 문제를 놓고 한·중이 서로 반박하고 싸울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중국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대응하고 있으며 한국 외교부와 충분한 신뢰를 가지고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안이 시 주석의 방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관계자는 "(해당 시설이) 어업 양식 시설이라는 팩트에 기반해 대응해야 한다"며 "군사용이라는 주장이나 서해 공정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사실과 다르다"고도 주장했다.

다이 대사는 이날 행사 축사에서 한국 일각의 혐중 정서를 겨냥해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다이 대사는 "중국은 한국의 안정·발전·번영을 바라고 한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며 "중국이 한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비난은 완전한 정치적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다이 대사는 이날 "1인 미디어 시대에 거짓 정보가 난무하면서 어떤 때는 '중국 붕괴론'이, 또 어떤 때는 '중국 위협론'이 나오고 한국 언론에서도 중국에 관한 가짜 뉴스와 허위 논평이 종종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실제 상황을 중국에 와서 직접 본다면 자연히 답을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떠도는 시 주석 '실각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이 대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이 한국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을 거론하면서 "비자 면제 정책 시행 뒤 '중국에서 주말 보내기'가 많은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이 됐다"고도 말했다.

또 "양국 국민, 특히 청년 간 우호적인 감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고 원인이 복잡해서 해소할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에 대해 낙관하고 있고 (극복에)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열린 대사관 오픈 데이로 한국 인플루언서 등 청년층과 최연소 국회의원인 손솔 진보당 의원, 언론인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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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오픈데이 행사에서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 등 관계자들과 초청객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병석 전 국회의장과 김태년·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등이 내정된 이재명 정부의 중국 특사단과 관련해 "중국이 부정적 반응을 보인 적은 없다"며 "베이징에서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도 전날 "관련 협의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고 중국이 특사단 구성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인 바는 없다"며 일각의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이날 행사에는 중국의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자동차가 전시됐고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라부부'를 만든 중국 기업 팝마트의 상품도 전시됐다. 블랙핑크 로제의 히트곡인 '아파트'를 중국 악기로 연주하는 공연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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