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푸틴과 악수한 의문의 北장성…"러 파병 공 세운 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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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경례하는 북한군 장성. 정부는 이 인물을 차용범 국방성 제1부상 겸 종합국장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 디플로맷 튜브(Diplomatrutube) 캡처

지난 5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 열병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악수한 북한군 대표단 5명 가운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던 장성 한 명은 국방성 소속 차용범 중장(2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국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내 새로운 ‘키 맨’의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22일 군 정보 당국의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차용범은 지난 5월 9일 러시아의 제2차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푸틴과 인사했다. 러시아 매체들이 생중계한 영상을 보면 그가 직접 “중장 차용범”이라고 관등성명을 한 것으로 들리는데, 억양이 심한 데다 그간 북한 매체 등에 노출이 거의 없었던 인물이라 정부 당국은 그의 신원을 즉각 식별하지 못했다.

당시 푸틴은 붉은광장에 도열한 북한군 대표단 5명, 신홍철 주러 북한 대사 등과 차례로 악수했다.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상장·3성), 이창호 정찰총국장(상장) 순으로 관등성명을 한 뒤 세번째로 푸틴에게 경례하고 악수한 인물이 차용범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은 설명했다.

푸틴이 악수한 순서로 미뤄 그는 서열상 당시 참석한 북한 장성 5명 가운데 ‘넘버 3’로 추정됐다. 이미 정보 당국이 파악한 '파병 주도 3인방'은 김영복, 이창호와 신금철 인민군 소장(1성)이었는데, 이 중 신금철은 차용범보다 뒤에 푸틴과 악수했다. 차용범이 신금철보다 위상이 높을 것이란 해석도 그래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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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범 중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올해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러시아 Diplomatrutube 캡처

실제 군은 1차 음성 판독 결과 등을 바탕으로 차용범을 특정한 뒤 그가 최근 중장으로 진급한 것으로 파악했다. 직책은 ‘국방성 제1부상 겸 종합국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추가 분석 중이다. 국방성 종합국장은 북한군의 국방전략과 군사 외교를 총괄하는 직책으로 알려져 있다.

한 소식통은 “다만 기존에 국방성 제1부상으로 발표된 강순남이 여전히 북한 매체에 간간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그보다 아래 직급이거나 별도 직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방성 소속은 위장이고 비밀 임무를 겸직하고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 외교 담당으로 포장해 실은 포탄이나 미사일 등 군수 물자 조달을 총괄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복·이창호가 특수부대의 병력 및 전술 관리를, 차용범이 군수 관리를 맡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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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29일 김정은이 딸 주애와 함께 관람한 북러 신조약 체결 1주년 기념 예술 공연회 영상에 등장한 차용범 추정 인물. 조선중앙TV 캡처

차용범은 또 6월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관한 북·러 신조약(‘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1주년 기념 예술 공연회 영상에도 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연회에는 김정은과 딸 주애, 올가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상 등 북·러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영상에는 한 북한군 지휘관이 야전에서 북·러 군 관계자들을 지휘하고 있는 듯한 장면이 노출됐는데, 군 정보 당국은 그가 차용범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 장면에서 북한은 차용범을 중심에 두고 부각했는데,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란 점을 강조한 것일 수 있다.

군 당국은 최근 등장한 차용범이 2013년 2월 북한군 장성 인사에서 소장(1성)으로 진급한 인물과 동일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김정은이 집권 초기 군부 내에서 손수 발탁한 인물이란 의미로, 통일부는 2021년 북한 인물 백서에서 차용범을 소장 계급으로 분석했다. 그가 10년 가까이 같은 계급을 유지하다가 러시아 파병 국면에서 모종의 공을 세워 한 단계 진급했을 개연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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