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저당 잡힌 車 부활등록한 공무원 배상해야" 1∙2심 깬 대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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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권이 설정된 상태로 등록 말소된 자동차의 권리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제3자 명의로 신규 등록(부활등록)해 준 지방자치단체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2심은 모두 공무원 과실과 저당권 채권자의 손해 사이의 인과 관계를 부정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A저축은행이 경기 과천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저축은행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원심이 지자체 배상책임에 대한 상당인과관계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다.
사건은 A저축은행이 2015년 B렌터카 업체에 2억6000만원을 빌려주며 B업체 소속 차량 3대에 저당권을 설정하며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 B업체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저당권 행사도 난항을 겪은 것이 문제가 됐다. A저축은행은 저당권 실행을 위한 경매개시결정도 받아냈지만, 경매 집행관이 해당 차량을 인도받지 못해 결국 경매는 취소됐다.
그러던 2018년 9월 B업체가 결국 폐업함에 따라 서울 송파구청은 자동차대여사업 등록을 취소했다. 아울러 소속 자동차들의 등록도 직권 말소할 것임을 예고하면서 “이해관계인은 후속 강제집행절차(강제경매 등)를 신청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내용을 A저축은행에 통지했다. A저축은행은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고 결국 자동차 등록은 모두 말소됐다.
그런데 어디 있는지조차 모른 채 등록 말소된 자동차들은 이듬해인 2019년 성명불상자가 B업체로부터 구매했다며 과천시청에 자동차 부활등록을 신청하면서 수면 위로 재부상했다. 시청 공무원은 부활등록을 마쳐주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A저축은행이 “부활등록으로 저당권을 소멸시켰다”며 2억6000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 것이다.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를 부활등록할 경우 공무원은 저당권 등 권리관계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저당권 소멸 시점이 언제인지였다. 공무원이 권리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은 인정되나, 이미 저당권이 소멸한 상태였다면 공무원의 부주의와 A저축은행의 손해는 관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1·2심은 송파구청의 직권 말소로 저당권 집행도 이미 어려웠다고 보고 “과천시청 공무원의 부활등록 행위로 인해 비로소 자동차들에 관한 강제집행이 불가능하게 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무원이 신청을 거부했더라도 자동차등록 및 저당권설정등록이 말소된 상태”이므로 “공무원이 담보 상실 위험을 초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자동차 등록이 말소되더라도 저당권의 효력은 저당권의 실질적 대위물인 자동차의 차체에 미치므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한다”고 봤다. A저축은행으로선 “말소 후에도 권리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성명불상자가 자동차 등록까지 마침으로써 저당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과천시청 공무원은 저당권에 관한 권리관계 해소를 증명하는 서류를 확인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의무를 위반하였다”며 “직무상 의무 위반과 A저축은행의 저당권 상실로 인한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과천시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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