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우리도 언젠가는 장관 후보'…與, 이래서 강선우 철통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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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국회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안규백(국방부)·정동영(통일부)·권오을(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24일까지 보내달라고 다시 요청했다. 보좌진에 이어 장관에 대한 ‘갑질 논란’까지 커지며 인사청문회 정국의 중심에 놓인 강 후보자가 이르면 25일 정식 장관이 되는 절차가 강행된 것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오후 브리핑에서 “금주 내에 (1기 내각의) 임명을 마무리하고 신속한 국정 안정을 꾀하기 위해 기한을 24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인사청문보고서는 재송부 기한이 열흘”이라며 “윤석열 정부처럼 다음 날, 다다음 날, 이런 방식으로 기한을 재설정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기한이) 31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실제 재송부 기한을 열흘이 아닌 사흘로 줄여 속도전을 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4개 부처 소관 상임위원장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라며 “열흘을 기다린다고 해도 어차피 순탄하게 채택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강 후보자 등 4명의 장관 임명을 25일 강행하면 이재명 정부는 출범 50일 만에 처음으로 청문보고서 채택 없는 국무위원을 임명하게 된다. 첫 ‘국회 패싱’인 셈이다. 여당인 민주당이 167석의 압도적 의석을 가진 만큼 김민석 국무총리 국회 인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9명의 장관이 여야 합의 또는 여당 단독 보고서 채택 등 국회 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된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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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4명의 후보자 중에서도 특히 의아한 사람은 강선우 후보자다. 조각 인사 초반만 하더라도 ‘실용 인사’로 호평을 받던 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게 강 후보자와 지난 20일 지명이 철회된 이진숙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기 때문이다. 각각 갑질 의혹과 논문 표절 의혹을 받은 두 사람은 거의 2주 동안 주요 뉴스로 다뤄지며 상승곡선을 그리던 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을 꺾어놓는 역할을 했다. 지난 21일엔 강 후보자가 과거 자신의 지역구 민원 해결을 위해 예산권을 무기로 갑질을 했다는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의 증언까지 나오며 갑질 논란이 확산했다.

탄력이 붙어야 할 임기 초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범진보 진영의 반발이 극심하고, 특히 정당 운영의 중추 역할을 맡는 민주당 보좌진으로부터 극렬 반발을 부른 강 후보자를 이 대통령이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대통령실은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용산 정무라인을 통해 이 대통령이 모든 상황을 보고받았지만, 지난 20일 이후 우상호 정무수석은 강 후보자 임명 강행 이유에 대해 “(대통령이) 자세한 배경 설명을 따로 하진 않았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도 “대통령이 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책임까지 안고 간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만 했다.

대신 대통령실에선 이 대통령이 아닌 여당 지도부의 의중을 강조하고 있다. 우 수석은 지난 21일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에게) 가장 마지막에 영향을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의 뜻을 대통령이 수용했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강 후보자 임명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사적 이해관계가 얽힌 의혹 제기가 난무할 수밖에 없고, 객관적인 자료에 따라서만 판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라디오에서 “보좌관과 의원은 동지적인 관점이 있어 공사(公私)를 나누는 게 굉장히 애매하고, 강 후보자가 발달 장애 자녀를 두고 있어 누구보다 정책 공감 능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보좌진과 의원 관계에서의 갑질은 약간 성격이 다르다”며 의원과 보좌진 사이를 ‘특수 관계’로 규정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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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 비서실장, 정책실장, 정무수석, 국정상황실장과 오찬 겸 국무총리 주례 보고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그렇다면 여당은 왜 이럴까.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총대를 메고 강 후보자 엄호에 나선 건 “‘의원 1호 낙마’에 대한 부담이 167명 의원 공동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재선 의원)이란 분석이 나온다. “의원 누구든 보좌진의 폭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방어기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도권 의원은 “갑질 문제로 장관 후보자가 날아가면 앞으로 의원을 대거 중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의원 불패’ 신화를 스스로 깰 수 없다는 연대의식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갑질 논란’에서 국회의원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선 의원은 “강선우보다 더한 갑질을 한 의원들은 강 후보자가 날아가면 상당히 불안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여야 보좌진들이 모인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 이날까지 의원 갑질 천태만상이 활발하게 공유됐다.

강 후보자를 청문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안팎에서는 명심(明心)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류가 강하게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여가위원은 22일 통화에서 “대통령의 마음이 향하는 쪽으로 힘을 모으는 게 맞다”면서도 “실은 답답하고 굳이 이렇게까지 강행을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복수의 민주당 여가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8일 강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촉구 성명을 내기 위해 소집한 내부 회의에서 후보의 자질과 적격성에 대한 엇갈린 의견들이 분출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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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대통령실의 임명 강행이 현실화한 이날 범여권 진영에서는 강 후보자에 대한 비토가 지속됐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윤석열 이후의 첫 여성가족부를 부적격자에게 맡길 수는 없다”며 “같은 당의 전임자(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가 이러한 (갑질)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는 사실 자체가 강 후보자의 세평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진보당·사회민주당도 지명 철회 및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날 민주당은 보좌진 처우를 걱정하는 공개 목소리를 쏟아냈다. 최민희 의원이 “현재 제기된 한 의원실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진위문제와 별개로, 우리 의원실 막내 비서관에게 보좌진 처우 개선 법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분명한 건 (후보자) 본인 스스로가 되돌아보는 자기 성찰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의원은 문 수석의 ‘특수 관계’ 발언에 “일반적 직장 내 갑질과 의원-보좌진 관계는 성격이 다르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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