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1기 당국자 "투자는 당연…무역수지 개선안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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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본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행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물량보다 더 큰 적자를 내는 구조를 유지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무역 적자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은 일방적으로라도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의 통상 정책에 깊이 관여했던 본 전 대행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이 현재 시도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무역 관계가 미국에게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본 전 대행과의 일문일답.
- 한국이 협상을 통해 25%의 관세를 낮출 수 있을까?
- 미국이 영국과 맺은 협정(10% 상호관세)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저 수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철강·자동차 등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는 국가안보 사안으로 간주해 극히 민감한 분야다. 만약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에 시장 접근권(품목 관세 예외)을 주면 누가 남게 되겠는가. (트럼프가) 한국, 일본, EU에 대해 (영국처럼)할 것 같지 않다.
- 철강과 자동차에 민감한 이유가 무엇인가.
- 트럼프 행정부는 건강한 철강과 자동차 산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엄청난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두 산업의 영향력이 큰 부분을 차지했고 2028년 대선에 누가 출마해도 두 산업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두 산업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어떻게든 철강과 자동차 관세를 피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스티븐 본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행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통상 변호사 출신으로 트럼프 1기 때 통상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본 전 대행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가 현재의 적자 구조를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8대 대미 흑자국인 한국을 향해 “균형 잡힌 무역 체계를 수용할지 선택하거나, 글로벌 시스템이 붕괴될 때까지 흑자를 유지할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 한국 정부는 이번주 막판 협상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독일 등 무역 흑자 국가들은 미국 등 상대국의 무역 적자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무역 적자국인 영국은 포퓰리즘이 발생해 EU를 탈퇴했고, 멕시코와 브라질에서도 영국과 같은 포퓰리즘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적자)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계속 반복되고 있다. 흑자국들은 이제 균형 잡힌 체계를 수용할지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 최대 대미 직접 투자국은 한국이다. 투자가 도움이 될까.
-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뒤 흑자 규모가 훨씬 커졌다. 매년 벌어들이는 400억 달러의 현금을 그냥 가지고 있지 않고 돈을 더 벌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한다. ‘미국에 더 투자하고 싶다’고 하는 것은 양보가 아니라 이미 하게 돼 있는 계획일뿐이다. 협상에서 ‘더 투자하겠다’고 하는 것은 한국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다. 투자는 당연하기 때문이다.
- 미국과는 FTA로 자유 무역을 하고 있지 않은가.
- 당신(한국)의 제안대로 (FTA를) 해보지 않았나. 그리고 어떻게 되었나. 미국은 조선 산업의 대부분을 잃었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엄청나게 증가했지만, 대한국 수출은 규제 문제 때문에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미국은 시도를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미국은 이미 큰 실수를 했던 과거와 같은 길을 계속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티븐 본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행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통상 변호사 출신으로 트럼프 1기 때 통상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본 전 대행은 기자들과의 문답 도중 여러차례 “시스템의 재균형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거래를 성사시키려면 (트럼프가)관세보다 더 좋아할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 한국이 어떤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미국은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1조 달러의 자산을 팔아야 하는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보다 미국에 더 우호적인 무역 체계를 만들 수 있는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미국인들에게 ‘여러분은 2015년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미국은 이 문제를 세 번이나 투표했으며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대폭적인 방위비 인상 등이 협상에 도움이 될까.
- 판단하기 어렵다. 유럽은 방위비를 더 쓰기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0% 관세를 부과했다. 냉전의 시기였던 1970∼80년대는 동맹과 동맹 유지를 많이 신경 쓰는 시기였는데도 유럽, 일본과 매우 치열한 무역 협상을 했다.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은 방위비 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실수가 될 것이다.
- 쇠고기 등 민감한 품목에 대한 양보 논의도 있다.
- 미국은 훌륭한 농업 분야를 가지고 있으며 확실히 쌀과 소고기를 더 팔고 싶어 한다. 다른 나라가 미국산 농산물을 더 구매할 생각이 있으면 미국은 늘 관심이 있다. 미국 경제가 계속 순항하면서 거래의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미국 경제가 계속해서 더 강해지면서 대통령은 더 많은 협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난 합의를 일찍 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합의하는 사람들보다 더 나은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본 전 대행은 이재명 정부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대북 관계 개선 관련 사안이 관세 협상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해선 “외교 정책에 해당되는 사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며 구체적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담판을 지을 가능성에 대해선 “통상적 협상은 장관급에서 진행된다”며 “그 절차를 건너뛰려는 시도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했다.
통상 변호사 출신인 본 전 대행은 트럼프 1기 때 USTR 대표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와 같은 법률회사에서 14년간 일했고, 라이트하이저가 한·미 FTA 개정을 협상할 때 USTR 법무실장을 맡았다. 현재 법률회사 킹&스폴딩에서 국제통상팀 파트너를 맡아 미국 철강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현 USTR 대표도 같은 법률 회사에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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