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與, 때아닌 '갑질 자정' 캠페인...보좌진들 “도둑이 제 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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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날 강 후보자는 보좌진 갑질 논란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그 논란 속에서 상처를 받았을 보좌관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때아닌 ‘갑질 자정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발화한 보좌진 갑질 논란이 좀처럼 식지 않자 자기 고백적 성찰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양이원영 전 민주당 의원은 22일 밤 페이스북에 “21대 국회의원실 중에서 저희 방이 갑질 원탑 방이라고 일컫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이라면, 보좌진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무게감으로 책임과 사명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 상처를 줬던 것 같다”며 “국회의원 끝나고 보니 온통 후회스럽고 부족하고 미안한 것뿐”이라고 했다. 앞서 양이 전 의원은 “강선우 공격은 마녀사냥”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현역 의원들은 갑자기 “갑질 제도를 개선”하자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막내 비서관에게 보좌진 노동권과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을 마련해보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소영 의원도 “5년간 국회 생활을 하며 저도 모르게 상처를 준 적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말을 아껴왔다”며 “그럼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오래된 관행이 존재한다면, 모든 의원이 각성해 제도 개선을 해 나가야 한다”고 썼다. 김남희 의원은 “저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보좌진 매뉴얼’을 제안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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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진성준 정책위의장. 임현동 기자

하지만 이런 전·현직 의원들의 행보가 오히려 불편하다는 보좌진의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한 민주당 보좌진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참 얄팍하다. ‘나는 양심이 있어요’라며 강 후보자를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거냐”고 한탄했다. 전직 보좌진도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이라며 “이러다가는 장관하고 싶은 전·현직 의원들이 앞으로 줄줄이 갑질 고백을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본인들이 잘하면 될 일이지, 보좌진에게 맨날 짜증 내기로 유명한 분들이 보좌진 인권을 말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23일에도 민주당은 갑질에 선을 그으면서도 강 후보자 임명은 옹호하는 줄타기가 이어졌다.

전날 의원과 보좌진은 ‘동지적 관계’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샀던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강 후보자의 보좌관 갑질을 옹호한 것은 아니다”며 “일반 직장인과 근무 여건이 다르다는 것이고, 보좌관이 일반 직장인과 다르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박상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강 후보자가 여러 학문적 전문성, 활동했던 국회에서 의정활동 경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로서 강점을 가진 후보”라고 두둔했다. 박 대변인은 “마음이 상한 분들에 대해 본인의 사과도 있었고, 원내지도부에서는 일관되게 임명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여권의 전방위 방어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자에 대한 여론은 싸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9~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자의 장관 적합도를 물은 결과 ‘적합’은 32.2%에 그쳤고, ‘부적합’은 60.2%에 달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호남 지역과 40~50대에서도 ‘부적합’이 10%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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