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마가 모자’ 논란 딛고 日관세협상 주역…아카자와 료세이는 누구
-
4회 연결
본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가운데)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오른쪽)이 지난 5월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2차 관세 협상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 간 관세 협상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타결되면서 일본 정부를 대표해 협상을 이끈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경제재생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아카자와는 협상 타결 직전인 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50분간 면담하고, 이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75분간 회담을 진행했다. 지난 6월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관세 협상을 마친 뒤 “서로 ‘하워드’, '리오'라고 부르는 친근한 사이가 됐다. 영어로는 ‘Howard’와 ‘Rio’지만 일본어로는 ‘라트짱’과 ‘아기’ 같은 느낌이랄까(^^)”라는 글을 X(옛 트위터)에 올리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이 23일 "임무 완료했다"고 전하며 백악관에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가 가리킨 액자 속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회동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대통령의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아카자와의 외교 데뷔가 처음부터 순탄한 건 아니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회동 당시 아카자와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 문구가 적힌 트럼프 캠페인 모자를 착용하고 두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이 공개되며 일본 내에서 ‘굴욕 외교’ 논란이 일었다. 현지 매체 ‘닛칸겐다이’는 “트럼프 지지자처럼 보였다”며 비판했고, 이후 아카자와가 협상 설명 중 자신을 ‘격이 낮다(格下·가쿠시타)’고 표현한 사실도 알려지며 ‘저자세’ 비판이 더해졌다. 이에 아카자와는 “상대 국가 원수에게 최대한의 경의를 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6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게재생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받은 모자를 쓰고 있다. 사진 백안관=지지통신
내각 내에서도 그에 대한 우려는 존재했다. 외무성이나 경제산업성과 같은 외교·통상 관료 출신이 아닌 점에서 “정치적 충성심이 실무 능력보다 우선된 인사”라는 우려였다. 아사히신문은 미국 측 고위 인사가 “아카자와가 누구냐”고 되물었다고도 전했다.
실제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한 아카자와는 국토교통성 전신인 운수성에서 공직을 시작해 항공국, 도청, 총무성과 관방장관실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코넬대에서 MBA를 취득한 그는 2005년 자민당에 입당해 외조부의 지역 기반인 돗토리현 제2구에서 첫 당선 됐다.

지난해 10월 11일 일본 총선을 앞두고 선거 운동 중인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사진 인스타그램
정계 입문 후 지방분권, 중소기업, 지역재생 분야에서 활동했고, 아베 신조 내각에서 내각부 부대신, 스가 요시히데 내각에서도 내각부 부대신으로 코로나 대책 및 방재·경제 재정 등을 담당했다. 2024년 이시바 시게루 내각 출범과 함께 내각부 특명담당대신으로 첫 입각 했고, 이후 경제재생상에 유임됐다. 현재는 임금 인상, 스타트업 정책, 감염병 대응, 방재청 설립 등 주요 정책을 총괄한다.

지난해 10월 2일 이시바 시게루(맨앞줄 가운데) 내각에서 일본 경제재생상으로 취임된 이아카자와 료세이(3번째줄 가운데). 사진 인스타그램
아카자와는 이시바 총리의 정치적 최측근으로도 꼽힌다. 두 사람은 인구가 가장 적은 돗토리현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유일한 중의원 의원이다. 이시바의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당시 아카자와는 선거대책 사무총장을 맡아 실질적인 선거전을 지휘했다.
이러한 배경 탓에 일각에선 “정치적 보은 인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외무상·농림수산상·방위상을 역임한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유력 협상 대표 후보였지만, 이시바 총리는 아카자와를 낙점했다.

이시바 시게루(왼쪽) 일본 총리와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지난해 10월 29일 경제 보고 등에 관한 관계 각료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아카자와는 협상에 앞서 미국과 협상 경험이 풍부한 모테기 전 경제재생상, 세코 히로시게 의원 등과 개별적으로 만나 조언을 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카자와가 ‘총리의 오른팔’이라고 하면 부담스러워 ‘총리의 왼팔’임을 자처하고 있다”며 “협상 결과에 따라 이시바 정권의 향방까지 가를 수 있는 만큼 그의 어깨는 무겁다”고 짚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