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헤비메탈 전설 오지 오스본, 파킨슨 투병 중 76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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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사바스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이 사진과 함께 "오지 포에버"라는 추모글을 올렸다. 사진 블랙 사바스 공식 인스타그램

박쥐를 물어뜯던 헤비메탈의 전설, 밴드 블랙 사바스의 리드 보컬인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이 22일 영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76세.

이날 오지 오스본의 가족들은 “그는 아내이자 매니저인 샤론과 다섯 자녀와 여러 손주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히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블랙 사바스의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오지 포에버”라는 메시지와 함께 생전 무대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의 모습을 올렸다. 외신에 따르면 사인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진 않았으나, 그는 2020년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투병 생활을 해왔다.

1948년 영국 버밍엄에서 여섯 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오지 오스본은 어린 시절 난독증을 앓다가 15세에 학교를 중퇴했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음악의 매력에 빠져 1969년 밴드 블랙 사바스를 결성했다. 1970년 내놓은 동명의 데뷔 음반은 헤비메탈이라는 장르의 시작을 알린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어두운 가사, 둔탁한 기타 사운드, 신비로운 비주얼로 록 음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AP통신은 “헤비메탈의 쉰 목소리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오지 오스본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했다. 십자가, 해골, 악마 등 기괴한 헤비메탈의 이미지를 대중에 심어주기도 했다. 1981년 콘서트에서는 팬이 던진 살아있는 박쥐를 물어뜯는 기행을 보여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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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한 오지 오스본. EPA=연합뉴스

로이터는 “오지 오스본은 록 음악이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보수 및 종교 단체들의 단골 표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생활방식과 가사가 지나친 부분이 있음을 인정했지만, 실제로 악마 숭배자였다는 식의 황당한 보도에 대해선 경멸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오지 오스본은 각종 기행과 강렬한 퍼포먼스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약물 문제, 멤버들과 불화 등의 이유로 1979년 밴드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다음 해인 1980년 ‘블리자드 오브 오즈’를 발표하면서 솔로로도 상업적 성공을 거뒀고,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마왕)라는 별칭도 붙었다. 총 13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1억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에 2006년에는 블랙 사바스 멤버로, 2024년에는 솔로 가수로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영국 음악 명예의 전당엔 2005년 헌액돼, 레전드 뮤지션 대우를 받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MTV 리얼리티 예능 ‘오스본 가족’을 통해 일상을 공개했다. 괴짜 이미지와 달리 가정적인 모습으로 새로운 팬층을 확보했고, 코믹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2002년 2월에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가졌다. 2014년에는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의 헤드라이너로 한국을 찾았다.

고인의 마지막 공연은 7월 5일 버밍엄 빌라파크에서 진행됐다. 고별 공연으로 알려진 이 무대를 보기 위해 4만 관중이 운집했다. 공연에서 오지 오스본은 파킨슨 증상이 악화해 스스로 걷지 못하는 상태로, 검은색 왕좌에 앉은 채 노래를 불렀다. 앞선 인터뷰에서는 “이보다 더 멋지게 떠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당시 오프닝 무대에서 “블랙 사바스가 없었다면 메탈리카도 없었을 것”이라며 존경을 표했던 밴드 메탈리카는 오지 오스본의 죽음에 함께 슬퍼했다.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지 오스본이 메탈리카에 어떤 의미였는지 말로 다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웅이었고 아이콘이었으며 영감을 주는 존재, 멘토, 그리고 친구였다. 우리의 삶과 커리어를 변화시킨 존재였다. 그를 떠나보내는 것에 상실감이 크고 마음이 아프다. 정말 그리울 것”이라고 추모했다.

이외에도 스타들의 추모는 SNS에서 이어지고 있다. 엘튼 존은 “진정한 전설이자 거대한 선구자였다. 또한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웃긴 사람이기도 했다. 그를 정말 그리워할 것”이라고 기억했다. 그린데이의 프론트맨 빌리 조 암스트롱은 “무슨 말이 필요할까. 사랑해요 오지”라고 적었다. 롤링 스톤스의 로니 우드는 “그의 비보에 정말 놀랐고 슬프다. 며칠 전 고별 공연은 정말 멋있었다”고 했다. 너바나는 “오지 오스본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 블랙 사바스는 헤비메탈의 본보기였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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