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알래스카 LNG 공동투자 합의한 美∙日…한국에도 참여 요구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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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의 다음 ‘타깃’은 한국으로 옮아갔다. 알래스카 사업은 미국이 한국에도 이미 여러 차례 참여를 제안했던 사안이다. 8월 1일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관세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한국에 대한 압박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알래스카의 한 원유 파이프라인.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공화당 의원 초청 연설에서 “일본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국과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 프로젝트에 공식 참여를 선언한 국가는 일본이 처음이다.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천연가스가 매장된 북부 노스슬로프와 남부의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1300㎞의 구간에 가스관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매장 지역에서 곧장 LNG를 수출하면 간단하지만 노스슬로프 앞 베링해는 여름철 대략 3개월 정도만 바닷길이 열린다. 부동항까지 가스관을 연결해 알래스카 북부 유전 개발을 본격화하려는 게 미국의 의도다.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강조해 온 숙원 사업이다. 지난 1월 집권 2기 취임 첫날엔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을 목표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참여를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건 지난 3월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일본과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각각 수조 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의장 겸 내무부 장관이 지난 백악관을 방문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에게 한국의 프로젝트 참여를 강력히 요청했다.
일본이 선제적으로 움직이면서 무역 협상을 앞둔 한국에도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다. 23일 미국 워싱턴DC로 떠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도착 후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더그 버검 위원장을 잇달아 만난다. 김 장관의 출장단에는 산업부 가스산업과장과 LNG 도입 담당자 등도 포함됐다. LNG 관련 논의가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리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현재 무역적자 폭을 줄이려는 미국 측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미국산 원유와 LNG 도입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세 차례 계약을 통해 중동산 600만 배럴을 미국산으로 대체한 데 이어 LNG 수입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가스공사가 수입한 LNG 3608만 톤 중 미국산 비중은 10.7%(386만t) 정도다. 이를 두 배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추가로 미국이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이 프로젝트 사업비를 분담하고, 향후 LNG를 장기적으로 구매해주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선 고민이 깊다.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초기 사업비만 대략 약 440억 달러(약 61조원)에 달한다. 가스관이 지나가는 곳은 대부분 1년 내내 땅이 얼어있는 영구 동토층이다. 3개의 산맥을 통과하며 언 땅에 가스관을 묻어야 한다. 혹한의 날씨 때문에 건설 기술자들이 야외에 나가 작업하기도 힘든 환경이다. 업계에선 다른 지역보다 2~3배 정도 많은 사업비가 들어갈 거로 본다.
천문학적인 투자에도 비용을 얼마나 빨리 회수할 수 있느냐는 확실하지 않다. 대략 10년 이상의 공사 기간이 필요한데 10년 이후 천연가스 가격을 예측하기부터 쉽지 않다. 핵심 수요처인 아시아 지역의 LNG 수요 감소와 세계 LNG 공급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할 경우 수익성은 급격히 떨어지지만, 그때 가서 되돌리기도 힘들다.
대형 에너지 기업이 참여해 1980년대부터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포기한 원인이다. 최근엔 중국이 관심을 보였으나 역시 착공엔 이르지 못했다. 트럼프 1기 때인 2017년 11월 중국은 중국석화(시노펙), 중국투자공사 등 국영기업이 총출동해 알래스카주와 LNG 공동개발 협정을 체결했다. 약 4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2년 뒤 발을 뺐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관세를 줄이기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인데 일본이 참여하기로 한 만큼 사업 리스크(위험)를 줄이게 된 건 그나마 긍정적”이라며 “경제성을 면밀히 분석해 사업 참여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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