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폐업 가맹점 위약금 면제? “부담 해소” “도덕적 해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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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위약금 면제 논란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자영업자에게 위약금 없이 가맹계약을 해지해주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조치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인데, 자구 노력 없는 무분별한 폐업 등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위약금 없는 가맹계약 해지 방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영업 손실 누적 등의 사유가 있으면 가맹점주가 계약 중간에 해지를 원해도 위약금을 내지 않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폐업자가 지난해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크게 늘면서 마련한 대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세부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라며 “구체안이 확정되면 법이나 시행령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맹사업법 시행령에는 출점 이후 1년간 매출액이 가맹본부가 제공한 예상 매출액의 하한에 미치지 못할 때 위약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조항은 있다. 정부안은 이 조항을 고쳐 위약금 면제 범위를 더 폭넓게 하려는 것이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위약금 부담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른다. 지난달 한 자영업자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프랜차이즈 피자 배달 가게를 열었는데 2년간 2400만원 적자를 보고 폐업하게 됐다”라며 “본사에서 계약 기간 이내 폐업이라 위약금이 아닌 위약벌 형태로 1500만원이라는 돈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적었다. 커뮤니티에는 당장 폐업을 하고 싶어도 위약금을 포함한 이런 저런 비용 부담이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운영을 유지한다는 사례도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따르면 지난해 가맹 사업 분야의 분쟁 조정 신청(584건) 가운데 가장 많은 사유는 ‘계약 중도 해지에 따른 과도한 위약금 청구(24%)’가 차지했다.
강명서 가맹거래사는 “최근 폐업자가 많아지면서 여러 브랜드에서 위약금 해지 관련 분쟁이 느는 추세”라며 “대체로 본사가 계약 체결 과정에서 예상 매출액을 부풀려 제공하는 등 귀책사유가 있음에도 해지 때 역으로 위약금을 청구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잔여 일수나 귀책사유 등을 따지지 않고 많게는 2000만~3000만원까지 위약금을 과도하게 책정하는 사례도 있다. 폐업 시 철거비, 가게 원상복구비 등과 함께 위약금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지만 위약금 면제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김종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정책홍보팀장은 “위약금은 본부와 점주 각각의 책임을 담보하는 수단”이라며 “매출 손실만을 이유로 계약을 무효화시키면 자유시장 경제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위약금 등의 부담이 없으면 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산업 전체에 영향을 줄 큰 변화로 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폐점 원인은 다양한데 위약금 면제를 제도화하면 본사가 일방적으로 모든 리스크(위험)를 부담하라는 것밖에 안 된다”라며 “점주들의 해지 요청이 잇따르면서 시장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개업과 폐업이 쉬워지면, 이를 노린 부실한 프랜차이즈 사업도 난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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