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야당, 혁신은 손놓고…“윤희숙 불렀다” “안 불렀다”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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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와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23일 국회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쇄신이 무기한 연기됐다. 국민의힘은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윤희숙 혁신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당 지도부와 윤희숙 혁신위원장 사이에 윤 위원장의 의총 참석을 둘러싼 진실 공방도 벌어졌다.
이날 오후 4시40분쯤 의총이 끝난 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윤 위원장이 혁신안 전반에 대한 얼개와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회의는 마무리됐다”며 “수해 등에 당력을 집중해야 해 추가 의총은 당분간 어렵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결국 의원들이 혁신안 통과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오후 4시쯤 의총에 참석한 윤 위원장은 당헌·당규에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전횡에 대한 반성을 담자는 혁신안을 설명하면서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으면 기회가 열리지 않는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복수 의원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혁신안에 대한 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윤 위원장이 요구했던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과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이날 논의되지 않았다.
이날 국민의힘 의총은 윤 위원장 참석을 놓고 우왕좌왕하며 오전, 오후 내내 종료와 재개를 반복하는 등 촌극의 연속이었다. 오전 10시30분 첫 회의는 윤 위원장이 불참해 1시간 만에 빈손으로 끝났다. 의총 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윤 위원장에게 의총에 참석해 달라고 했는데 답변을 안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 위원장은 곧바로 페이스북에 “저는 의총에 불러주면 기꺼이 간다고 했다. 하지만 참석하라는 연락이 없었다”며 “비서실장인 박수민 의원에게는 ‘비대위원장 혼자서 혁신위원장을 오라고 용감하게 부를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참석을 고의로 막았다는 취지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당장 혁신안을 발표하고 머리를 숙여도 모자랄 판에 기이한 진실 공방만 벌어지는 게 국민의힘의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이날 비공개 의총에선 혁신안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분출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혁신위원장이 먼저 외부에 혁신안을 발표한 데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내에선 사실상 혁신위의 쇄신안 관철이 어려워졌다는 시각이 다수다. 한 초선 의원은 “이번 주부터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당 쇄신 방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게 되면, 자연스레 혁신위의 활동은 동력을 잃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8·22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윤희숙 혁신안’을 받으면 국민의힘 의석 30~40석은 빠져나가게 돼 있다”며 “당이 더 커지고 국민의 지지가 많아져야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6·3 대선 패배 이후 50일 넘도록 변변한 쇄신안 하나 발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포함한 5대 개혁안을 제안했지만 옛 친윤계 등의 반발에 막혔다. ‘송언석 비대위’ 체제에서도 안철수 의원이 ‘쌍권(권영세·권성동 의원) 탈당’ 등을 요구했다가 지도부와 갈등을 빚고 닷새 만에 혁신위원장에서 물러났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쇄신도, 반성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 전당대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쇄신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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