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세 아픈데 법인세도 인상 검토…“제조업 이러다 다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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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첫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내수 활성화를 위한 실탄(세수) 확보와 ‘부자·대기업 감세’ 철회다. 윤석열 정부 시절 인하된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상(24%→25%)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세수 확보 효과는 적고, 가뜩이나 고전하고 있는 기업의 부담만 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23일 정부와 여당 등에 따르면 이번 정부 첫 세제개편안에는 법인세율 인상안이 담길 전망이다. 국정기획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최고세율을 다시 24%에서 25%로 1%포인트 올리고 상당 부분을 윤석열 정부의 감세 이전으로 원상 복구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최고세율을 제외한 나머지 법인세율 구간은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2년 7월 25%에서 24%로 인하됐다. 여당은 법인세 징수액이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62조5000억원으로 급감하는 데 기업 실적 악화 외에 법인세 인하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다만 여당 주장과 달리 법인세율 인상이 세수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법인세는 세율보다는 경기와 기업 실적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법인세 징수액 감소는 반도체 등 수출 업종을 중심으로 한 실적 악화가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법인세율 1%포인트 인상으로 세수가 유의미하게 늘어날지도 미지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가 추산한 결과,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상으로 추가되는 세수는 2조5000억원에서 4조원가량이다. 이번에 전 국민에게 지급된 소비쿠폰 예산(12조8000억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김 교수는 또 “이번 정부가 반기업적이라는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데다 진보와 보수 정권 때마다 세율이 변하는 등 세제의 안정성도 떨어진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힘들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를 인상했던 문재인 정부 때와 경제 상황도 다르다. 법인세율이 올라간 2017년은 반도체 수퍼 사이클로 삼성전자 등 기업의 이익이 크게 늘었던 시기다. 반면에 현재는 관세 변수 등으로 수출과 투자에 먹구름이 낀 데다 중국의 추격도 매섭다. 비용 부담도 늘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kWh당 105.5원에서 지난해 말 185.5원으로 75.8% 인상됐다. 최저임금은 2022년 시간당 9160원에서 올해 1만30원으로 9.5% 올랐다.
불황 때는 법인세 인상이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가 2023년 낸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율이 1%포인트 오르면 기업은 계획보다 실제 투자를 2.3~3.8%씩 줄였다. 법인세 인상이 경기 침체기에 이뤄질 경우 투자 감소 효과는 2배 이상 컸다.
우려의 목소리는 여당에서도 나온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온쇼어링(자국 내로 제조업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중국의 저가 상품 공세로 한국은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수가 걱정된다면 차라리 법인세율을 3~4%포인트 올리고, 대신 투자와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액 감면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기업의 투자를 장려하는 게 나은 방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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