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한민국 정의는 살아있다”…법정 나오며 손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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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말자씨는 23일 법정을 나서며 “이겼습니다”를 세 번 외쳤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 활짝 웃으면서도 눈물이 맺힌 그는 “대한민국의 정의는 살아 있다”며 “61년간 죄인으로 살아온 삶, 후손들이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인권을 지키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실감나지 않는다”며 “오는 9월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겠다”고 했다.

검찰이 무죄를 구형한 것에 대해 최씨는 “그때도 (판결이) 틀렸고 지금도 (판결이) 틀렸다는 것을 검찰과 법원이 인정해 줘서 감사하다”는 소회를 자신을 도왔던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을 통해 전했다.

최씨는 “성폭력 피해자를 겁박하는 수사기관이나 가해자를 옹호하는 법원의 관행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이를 바꾸려면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고   수시로 말했다고 한다.

초졸이었던 최씨는 1964년 5월 사건 발생 이후 6개월간 구치소에 구금된 뒤 집으로 돌아왔지만 반기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집을 나와 지방에서 혼자 살았던 최씨는 얼마 뒤 결혼해 아들을 낳았지만, 곧 이혼했다. 공장일과 노점상 등을 전전하며 근근이 생활하던 최씨는 63세가 되던 2009년 만학도를 위한 중·고등학교에 들어가 공부하고 2013년 한국방송통신대에 입학했다. 2019년 방송대를 졸업할 때 여성의 삶과 역사에 관한 내용을 졸업논문으로 쓰면서 자신이 겪었던 일도 담았다. 논문을 읽은 지인이 “우리 이 한을 풀자”는 말에 한국여성의전화 문을 두드린 게 재심 청구로 이어졌다. 최씨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이런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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