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조국사태처럼 지지층 다 깨져"…놀란 與, 강선우 구하기 접었다

본문

17533018731711.jpg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갑질’ 논란 끝에 23일 결국 사퇴했다.

강 후보자는 이날 오후 “그동안 저로 인해 마음 아프셨을 국민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사퇴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저를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셨던 이재명 대통령님께도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함께 비를 맞아주었던 사랑하는 우리 더불어민주당에게도 제가 큰 부담을 지어드렸다”고 썼다. 이어 “큰 채찍 감사히 받아들여 성찰하며 살아가겠다”고 했다. 다만 강 후보자는 의혹이 제기된 갑질의 피해자였던 보좌진 등을 향한 사과는 입장문에 담지 않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오후 2시 30분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했고 강 비서실장은 이를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보고를 받고 이 대통령은 별 말씀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한 시간쯤 뒤에 강 후보자는 사퇴 입장문을 올렸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강 후보자의 글이 게시된 직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 후보자는 청문회에 나올 자격조차 없었다”며 “늦었지만 자진 사퇴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앞으로 이재명 정권에서 인사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인사 검증 시스템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17533018734107.jpg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청사에서 크리스터손 스웨덴 총리와 첫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강 후보자는 지난달 23일 지명됐다. 지난 9일부터 보좌진에게 쓰레기 처리나 변기 수리 등을 맡겼다는 갑질 의혹 보도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14일 인사청문회에서 강 후보자가 해명했지만, 사실과 달라 거짓 해명 비판까지 커졌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을 상대로 한 ‘예산 갑질’, 겸임교수 때 무단 결강 등 각종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쪽으로 결정을 했다. 지난 20일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면서도 강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 강행 수순을 밟았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결정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대통령은 22일 오후 국회에 24일까지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해 이르면 25일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하루 만에 강 후보자가 사퇴를 결정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 취재를 종합하면, 22일 오후부터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커졌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까지 했는데도 강 후보자 관련 보도가 계속 나오고, 지역 민심이 계속 안 좋으니 의원들이 모인 메신저 단체 방에도 ‘임명하면 안 된다’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며 “일부 의원들도 당 지도부에도 그런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7533018736365.jpg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 국회(임시회) 제427-2차 본회의에서 전현희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심상찮은 여론의 흐름도 민주당 내 기류가 급변하는 배경이 됐다. 조원씨앤아이·스트레이트뉴스의 19∼21일 자동응답(ARS) 방식 조사 결과, 강 후보자가 장관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이 32.2%,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60.2%로 집계됐다. 부적합 의견은 이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호남(53.7%)이나 40대(52.8%)·50대(56.8%)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지율이 살짝 빠지는 수준이 아니라, 마치 ‘조국 사태’처럼 지지층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의 배경으로 원내지도부가 지목된 이후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향해 “왜 강 후보자 지명 철회를 막는 것이냐”는 항의 문자가 쏟아졌다고 한다.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도 ‘강선우 임명 불가론’이 분출됐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지도부 인사가 “강 후보자가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운을 뗐다. 이어 다른 인사가 “대통령실이 우리에게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으로) 공을 넘긴 건데, 우리가 다시 대통령실에 폭탄 던지듯 넘길 수 없다.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지도부 입장 잘 알겠다. 종합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반응했다고 한다. 지도부 인사는 “우린 김 원내대표에게 ‘강 후보자와 소통해보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오후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선 강 후보자의 거취를 둘러싼 자유 발언은 없었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짧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여러분의 뜻을 알고 있다”며 “우려하시는 문제는 잘 해결해 보겠다. 무슨 문제인지는 말씀 안 드려도 아실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가 대통령실에 사퇴 의사를 전한 건 의원총회 종료 후 30분 만이었다. 이후 강 후보자는 김 원내대표에게도 전화해 사퇴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17533018738795.jpg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 소식이 알려진 뒤 취재진과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강 후보자의 사퇴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도 강 후보자의 연락을 따로 받거나 하지 않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사퇴 입장을) 확인했다”며 “그 마음이 결단의 배경일 것으로 짐작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보좌진 갑질’ 문제에 대해서는 “이 사안과 별개로 보좌진 처우 개선은 필요하다”며 “김 원내대표가 약속했고, 그런 부분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가 버티기로 일관하다 마지못해 물러났다”며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방탄·보은’ 인사에 대해 사과하고 ‘유치한 동료애’와 ‘조폭식 의리’로 2차 가해를 일삼은 민주당 지도부도 사죄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은 “그동안 많이 힘들고 아프셨을 보좌진들께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보좌진 인권과 처우 개선은 이제 시작”이라는 입장을 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47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