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악마 숭배와는 딴판…박쥐 물어뜯던 헤비메탈 전설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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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의 전설’ 오지 오즈번이 22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사진 오지 오즈번]

‘헤비메탈의 전설’ 밴드 블랙 사바스의 리드 보컬인 오지 오즈번이 22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76세.

오즈번의 가족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는 아내이자 매니저인 샤론과 다섯 자녀와 여러 손주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히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공식 사인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그는 2020년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투병 생활을 해왔다. 블랙 사바스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오지 포에버”라는 메시지와 함께 생전 고별공연 무대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의 사진을 올렸다.

오즈번은 1948년 영국 버밍엄에서 여섯 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난독증을 앓다가 15세에 학교를 중퇴했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1969년 밴드 블랙 사바스를 결성했다. 1970년 내놓은 동명의 데뷔 음반은 ‘헤비메탈이라는 장르의 시작을 알린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음악은 어두운 가사, 둔탁한 기타 사운드, 신비로운 비주얼로 록 음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십자가·해골·악마 등으로 대표되는 헤비메탈의 이미지를 대중에 심어주기도 했다. 1982년 콘서트에선 팬이 던진 박쥐를 물어뜯는 기행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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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5일 영국 버밍엄 빌라파크에서 열렸던 고별공연 무대 모습이다. 생전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마왕)로 불렸던 그는 검은색 왕좌에 앉아 마지막 노래를 불렀다. [사진 블랙 사바스 인스타그램]

이런 이유로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보수·종교 단체의 단골 표적이 되기도 했지만, “악마 숭배자라는 식의 황당한 보도에 대해서는 경멸을 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각종 기행과 강렬한 퍼포먼스로 큰 인기를 끌었던 오즈번은 약물 문제, 멤버들과 불화 등으로 1979년 밴드를 떠났다. 하지만 다음 해 ‘블리자드 오브 오즈’를 발표하며 솔로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총 13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해 1억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마왕)라는 별칭도 붙었다.

오즈번은 2006년 블랙 사바스 멤버로, 2024년에는 솔로 가수로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2005년 영국 음악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돼, 레전드 뮤지션 대우를 받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MTV 리얼리티 예능 ‘오즈번 가족’을 통해 일상을 공개했다. 기존의 괴짜 이미지와 달리 가정적인 모습, 코믹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무렵 한국에도 왔다. 2002년 2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가졌고, 2014년에는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다.

마지막 공연은 지난 5일 영국 버밍엄 빌라파크에서 진행됐다. 그의 고별공연으로 알려진 이 무대를 보기 위해 4만 관중이 운집했다. 파킨슨 증상 악화로 스스로 걷지 못했던 오즈번은 검은색 왕좌에 앉은 채 노래를 불렀다. 앞선 인터뷰에선 “이보다 더 멋지게 떠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오즈번이 영면에 들었다는 소식에 SNS에선 아티스트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밴드 메탈리카는 고별공연 오프닝 무대에서 “블랙 사바스가 없었다면 메탈리카도 없었을 것”이라며 존경을 표했다. 팝스타 엘턴 존은 “진정한 전설이자 거대한 선구자였다. 또한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웃긴 사람이기도 했다”고 했고, 밴드 너바나는 “블랙 사바스는 헤비메탈의 본보기였다”고 추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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