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북방송 중단은 北 선제조치 따른 것…기조-감찰실장 모두 민변 출신은 우연"
-
5회 연결
본문

국가정보원 청사 앞에 세워진 원훈석의 모습. 사진 국정원
국가정보원이 최근 대북방송 중단을 결정한 건 북한의 선제조치에 따른 것이라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남북 간 국가 역량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 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체제 대결의 상징인 대남·대북 방송이 더는 의미 없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결정이란 설명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2024년 1월 대남방송을 일체 중단했다"며 "북한이 선제 조치를 취해서 우리도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측이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은 22일 저녁 10시부터 대북방송에 대응해 송출하던 방해 전파 10개 주파수를 중단시켰다고 한다. 남아 있는 북한의 방해 전파 주파수는 2~3개로, 현재 운영 중인 대북방송인 KBS 한민족방송과 국방부 '자유의 소리' 등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생각하지 못 했는데 북한이 상응하는 조치를 한 것"이라며 "상대도 우리를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기존 대북 심리전 방송 담당 조직은 앞으로 안보위협 탐지와 조기경보 및 우리 국익 현안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 확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해 1월 북한의 대남방송 중단은 남 측을 의식한 조치라기보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은 2023년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한국)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며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김정은의 '입' 역할을 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이보다 앞선 2022년 8월 담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제안인 '담대한 구상'을 비난하며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의 당시 대남방송 중단 결정은 호의적인 선제조치라기보다는 이런 대남 인식과 연결돼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북한이 대북방송 중단에 상응해 방해 전파 송출을 중단한 것 역시 예산과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북한 입장에선 당연한 수순으로 볼 여지도 있다.
고위 관계자는 향후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북한이 담은 쌓고 있지만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쉽게 대화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고 (나오더라도)당장은 아닐 것"이라며 "군사적 긴장 고조를 완화하는 게 중요하며, 우발적 충돌을 막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미관계에 대해서는 "북한은 미국이 확실한 메시지를 발신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의 동력이 북·미관계 진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보는 이재명 정부의 시각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이 김희수 기조실장에 이어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이상갑 변호사를 감찰실장에 임명한 데 대해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부 인사가 국정원 직원으로 임명될 수 있는 자리가 하나 있는데, 그게 감찰실장"이라며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외부인사를 모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조·감찰실장이 모두 민변 출신인 것은 우연의 일치"라며 "8월 말 전후 2~3급 인사가 예정돼 있는데, 해당 일정에 맞춰 관련 업무 책임이 있는 감찰실장을 임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정기인사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정부가 바뀌면) 1급 전원을 대기 발령 한 적도 있지만, 이번에는 그런 고리를 끊으려는 것 같다"며 "조직을 동요시키지 않겠다는 지휘부의 의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