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준선 된 15%…‘관세협상 종결자’ 트럼프가 원하는 ‘시장개방·대미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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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서밋’ 행사에서 AI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오른손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대미(對美) 관세율을 15%로 하는 내용의 미ㆍ일 무역 합의에 이어 미국이 유럽연합(EU)산 수입품에 15%의 관세를 적용하는 미ㆍEU 간 무역 합의가 임박했다고 한다. 미국과 EU가 실제로 이에 합의하게 되면 미국과 막바지 협상 중인 한국 정부에도 ‘관세율 15%’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미국과 EU 간 개괄적인 무역 합의가 임박한 상태에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여기에는 미국이 EU 회원국의 대미 수출 상품에 대해 15%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소식통 3명을 인용해 EU의 대미 관세율을 15% 수준으로 하는 선에서 미국과 EU가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공개한 이른바 ‘관세 서한’에서 8월 1일부터 EU에 부과하겠다고 한 관세율은 30%였다.

트럼프 “각국 15~50% 사이 관세 적용”

일본이 받아들고 EU가 현재 논의 중인 관세율 15%는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상호 관세율의 최저 수치일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서밋 행사 연설에서 “우리는 EU와 진지하게 협상 중”이라며 “(교역 대상) 국가가 너무 많아 모두와 협상할 수 없기 때문에 15%에서 50% 사이에서 단순한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해 EU 등 세계 각 경제 주체들과 벌이고 있는 동시다발적인 무역 협상에서 ‘시장 개방’과 ‘대미 투자’를 최우선시하는 기조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우선 이날 AI 서밋 행사 연설에서 시장 개방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본과의 무역 협상 결과를 자랑하며 “일본이 처음으로 무역을 개방하기로 동의했기 때문에 (관세율을 당초 예고한 25%에서) 15%로 줄이기로 했다”고 했고, EU에 대해서도 “그들이 미국 기업에 시장을 개방한다면 더 낮은 관세를 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관세는 매우 중요하지만 한 국가의 시장 개방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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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무역합의와 한-미 관세협상 내용 그래픽 이미지.

“시장 개방 동의해야 관세 인하”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서도 관세를 교역 상대국의 시장 개방을 압박하기 위한 무기로 쓴다는 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시장을 개방하기로 동의할 경우에만 그 나라 관세를 인하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훨씬 더 높은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했다. 또 “주요 국가들이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게 만들 수 있다면 관세 수치를 양보할 것이다. 그것은 관세의 또 다른 위대한 힘”이라고도 했다.

한국 정부는 고민이 깊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농축산물ㆍ자동차 시장 개방 확대와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등의 양보를 압박하는 메시지일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협상에서 강조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대미 투자 확대다. 교역 상대국의 시장 개방이 미국에 중장기적 수익 창출 기회를 가져다줄 ‘어음’에 가깝다면 대미 투자는 직접적인 자금 지원이라는 점에서 ‘현찰’에 비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ㆍ일 무역 합의 소식을 전하면서 가장 먼저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60조 원)를 투자할 것이며 이 중 90%의 이익을 미국이 가져가게 된다고 소개했었다. 또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미ㆍ일 무역 합의 설명자료에서도 일본의 5500억 달러 투자를 두고 “가장 큰 규모의 외국 투자 약속으로 미국 내 수십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제조업을 재건하며 미국 번영을 보장할 것”이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韓에 4000억 달러 대미투자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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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미 무역 협상과 관련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의 통상 협상에서도 대미 투자 펀드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40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약정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전날 미국과 맺은 합의안과 유사한 수준의 대미 투자를 한국에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 도착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ㆍ일 간 무역 합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임하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미ㆍ일 합의안과 관련해 “참고할 수도 있고, (한ㆍ미 간 논의 중인 안과) 비교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개방을 하지 않는 나라에는 관세를 인하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언급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해 온 얘기다. 정부도 주시해 온 이슈”라고 했다.

김 장관은 24~25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더그버검 국가에너지위원장 겸 내무부 장관을 잇따라 면담하고 통상 협상과 산업ㆍ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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