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와 또 맞붙은 WSJ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수차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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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에 "트럼프, 왜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지 않는가?" 라는 글과 함께 2019년 숨진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서가 게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프리 엡스타인 게이트’ 기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관련 의혹을 추가 보도했다. 미 법무부가 확보한 엡스타인 관련 문서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수차례 나왔다는 내용인데, 백악관은 즉각 “또 다른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WSJ은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올해 초 팸 본디 법무장관이 ‘트럭 한 대 분량’이라고 표현한 엡스타인 관련 문서를 미 법무부 관계자들이 검토했을 때, 트럼프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고 전했다. 문서에는 트럼프 외에도 다른 수백 명의 유명 인사 이름도 등장했다. 본디 장관은 지난 5월 백악관 회의에서 이 같은 사실을 트럼프에게 보고했다.

이는 그간 트럼프가 해 온 주장과 배치된다. 지난 15일 트럼프는 ABC 기자가 ‘법무장관이 (엡스타인) 문서에 당신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말했느냐’고 묻자 “아니다. 간단한 브리핑만 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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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7일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문서에 이름이 언급된 것이 트럼프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WSJ는 전했다. 법무부가 트럼프를 포함한 문서에 등장한 인사들과 관련한 내용이 검증되지 않은 소문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본디 장관과 토드 블랜치 부장관은 “정례 브리핑의 일환으로, 대통령에게 내용을 알렸다”며 “문서엔 추가 수사나 기소를 정당화할 만한 사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본디 장관은 트럼프에게 해당 문서에 아동 대상 성범죄 자료와 피해자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문서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고, 트럼프는 법무부 결정에 맡기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법무부는 7일 홈페이지에 “엡스타인 고객 명단은 존재하지 않고 수사로 이어질 만한 증거나 문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WSJ 보도에 대해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앞서 보도한 기사와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가짜 뉴스”라고 했다. 지난 17일 WSJ은 “트럼프가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 때 여성의 나체를 묘사한 외설적인 그림과 자신의 서명이 담긴 축하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에 트럼프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2명과 WSJ의 모기업인 뉴스코프 창립자 루퍼트 머독 등을 상대로 100억 달러의 손해 배상액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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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영국 런던 주영국 미국 대사관 인근 버스정류장 광고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과거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AP=연합뉴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인 엡스타인은 지난 2019년 미성년자 상습 성 착취 혐의로 체포된 직후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엡스타인과 교류했던 미국 정·관계 유력인사들이 연루된 성 접대 고객 리스트가 있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엡스타인 인맥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 인사들이 성 접대 명단 공개를 막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본디 장관도 2월 “엡스타인 명단이 지금 내 책상 위에 있다”고 밝히며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7일 명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마가 진영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트럼프와 엡스타인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WSJ 보도가 나오면서 파문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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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취지로 정보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는 ‘오바마 때리기’로 국면전환을 노리고 있다.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반(反)트럼프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수사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취지로 정보를 조작했다”며 “자료를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넘겨 범죄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기자들이 엡스타인 사건 관련 질문을 하자 러시아 게이트 조작 의혹을 주장하며 오바마가 이를 주도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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