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고 3학년 외야수 김범찬(왼쪽)과 3학년 투수 지현이 24일 대통령배 성남고와의 32강전을 10-3 승리로 이끈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포항=고봉준 기자

“제물포고를 우승으로 이끌고 친구와 함께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졸업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이제 목표는 간단명료하다. 전국대회 우승과 동반 KBO리그 진출. 중학교 때 처음 만나 진한 우정을 키워가고 있는 제물포고 3학년 외야수 김범찬(18)과 3학년 오른손 투수 지현(18)의 이야기다.

제물포고는 24일 경북 포항구장에서 열린 제5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32강전에서 성남고를 10-3으로 물리쳤다. 경기 초반부터 성남고 마운드를 두들기면서 빠르게 승기를 잡았고, 7회말까지 7점의 리드를 유지해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경기는 시종일관 제물포고의 흐름으로 전개됐다. 1회 1사 1루에서 서민찬과 최승재, 김범찬의 3연속 2루타가 터져 손쉽게 3점을 뽑았다. 이어 2회 2사 2루에선 김범찬이 3루수 내야안타를 기록해 6-1로 달아났다.

이 사이 지현이 마운드를 지킨 제물포고는 4회 쐐기를 박았다. 1사 1루에서 김범찬이 우중간 안타를 때려 1, 3루 찬스를 만들었고, 이시호가 왼쪽 담장을 넘기는 3점홈런을 터뜨려 9-1까지 도망갔다. 5회에도 1점을 추가한 제물포고는 7회까지 실점을 2점으로 최소화하며 10-3 콜드게임 승리를 확정했다.

경기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날 제물포고 타선은 5번 우익수 김범찬이 확실하게 리드했다.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맹타로 대승의 발판을 놓았다. 마운드에선 지현의 존재감이 빛났다. 1회 2사에서 물러난 선발투수 황정현을 대신해 올라온 지현은 3과 3분의 이닝을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투구수는 60개로 많지 않았지만, 다음 경기(28일 16강전)를 고려해 5회 1사까지만 책임졌다.

제물포고 3학년 투수 지현(왼쪽)과 3학년 외야수 김범찬이 24일 대통령배 성남고와의 32강전을 10-3 승리로 이끈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포항=고봉준 기자

김범찬은 “오늘 경기를 하면서 야수와 투수들이 똘똘 뭉치고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지금의 단합력만 유지한다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현 역시 “5월 황금사자기에서 우승한 성남고를 맞아 철저히 대비했다. 무엇보다 타자들이 1회부터 빅이닝을 만들어줘서 예상보다 쉽게 이겼다”고 웃었다.

어릴 적 이천에서 인천으로 이사 온 김범찬과 인천 토박이인 지현은 중학교 때 처음 만났다. 학교는 달랐어도 지역이 같아 종종 맞붙었고, 중학교 3학년 때는 함께 야구 캠프도 다녀왔다.

KBO리그 스카우트들로부터 “투수로도 시속 145㎞의 빠른 공을 던지지만, 타자로서의 역량과 파워가 더욱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 김범찬은 “어릴 적부터 실력이 타고났던 친구와 같은 학교에서 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서로 합심해서 제물포고를 꼭 대통령배 정상으로 올려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속구 유형은 아니어도 경기를 풀어나갈 줄 아는 투수라 앞으로가 기대되는 지현 역시 “제물포고 역사에서 아직 전국대회 우승이 없다. 우리가 새 역사를 쓰고 싶다. 또,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친구와 함께 지명돼 프로야구에서 나란히 활약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32강 경기에선 휘문고가 1번 중견수 김민규의 3타수 2안타 3타점 맹타를 앞세워 세광고를 7-0으로 제압했다. 김해고는 소래고를 6-2로 물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