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에 "협상 타결 안 될 수 있다"는 브라질·캐나다의 강공…반트럼프 정서가 뒷배?
-
7회 연결
본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협상의 데드라인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브라질과 캐나다가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자국내 반트럼프 정서가 브라질과 캐나다 정부의 강공 뒷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13개 주의 주지사들이 23일(현지시간) 온타리오주의 헌츠빌에서 대미 무역 협상 관련 회의를 연 뒤 트럼프 대통령의 합병 위협과 캐나다에 대한 무역 전쟁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NYT가 보도했다. 카니 총리도 지난 22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나쁜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 협상 결렬 가능성도 시사했다.
협상 막판 캐나다의 완강한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통보에서 비롯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캐나다는 펜타닐 유입을 막지 않고, 많은 관세·비관세 장벽을 세워왔다”며 상호관세를 25%에서 35%로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카니 총리는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서비스세 부과도 포기하면서 유화책을 꺼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관세 인상으로 응수했다.
캐나다는 미국과 국경을 맞댄 오랜 우방국이었지만,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된 발언이 캐나다인들의 애국심과 반트럼프 정서를 자극하면서 ‘바이 캐나디안(캐나다 물건 사기)’ 운동으로도 번졌다.
최근에는 피트 훅스트라 주캐나다 미국대사가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미국에 대한 캐나다의 강경 여론에 땔감을 더했다. 훅스트라 대사는 지난 21일 한 대학교 강연에서 캐나다인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여행을 꺼리고 미국 술 구매를 보이콧하는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캐나다인을 비열하고 고약하다고 말하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고 말했다고 캐나다 공영방송 CBC가 보도했다. 그러자 데이비드 에비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주지사는 CBC에 “캐나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현재까지 가장 높은 상호관세 폭탄을 맞은 브라질은 미국과 전방위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페르난두 아다지 브라질 재무부 장관은 지난 23일 브라질 라디오방송 CBN과 인터뷰에서 “다음 달 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수 있다”며 협상 결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본격적인 충돌은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의 50% 상호 관세 부과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기소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과 재판을 끝내라”며 브라질 정부를 압박했다. 선거 불복과 쿠데타 모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의 트럼프”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에 지난 17일 CNN에 “브라질의 사법 시스템은 독립적이고, 이는 외교적 관례를 벗어난 행동”이라며 “트럼프는 세계의 황제가 아니다”고 했다. 룰라 대통령은 또 트럼프를 ‘그링고(Gring·외국인을 낮춰 부르는 말)’라며 불쾌감도 숨기지 않았다. 관세 협상 외에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판을 담당하는 지모라이스 대법관에 대한 미국 입국료자 취소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관세 위협 이후 오히려 룰라 대통령의 인기가 높아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룰라 대통령에게 정치적 선물이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28%까지 떨어졌던 룰라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달 중순 49.7%까지 상승했다고 WP는 보도했다. 반트럼프 정서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룰라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오히려 커진 것이다.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중국과의 협력도 룰라 대통령의 든든한 뒷배다. 알자지라는 23일(현지시간) “중국이 2007년 이후 브라질에 약 730억 달러(약 99조원)를 투자해왔는데, 미국의 50% 관세 부과로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트럼프와 달리 중국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파트너로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