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동훈 “당 극우화 퇴행” 전대 불출마…‘강성 짠물론’에 숨 고르기
-
0회 연결
본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현동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8월 22일 열리는 대표 선거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한 전 대표는 24일 오전 페이스북에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그 대신 나라 앞날을 걱정하는 동료 시민, 당원과 정치를 쇄신하고 당을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당 상황에 대해 “혁신을 거부하는 걸 넘어 이참에 우리 당을 극우화하려는 퇴행 움직임도 커졌다”며 “지난 대선에 우리 당 후보로 나섰던 분, 당권 도전을 선언한 분까지 이에 맞장구치는 안타까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20일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한때 친한계였다가 탄핵 반대(반탄)로 돌아선 장동혁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한 전 대표는 “우리에게 필요한 좋은 정치는 ‘윤 어게인’(Yoon Again)이 아니라 ‘보수 어게인’”이라며 ”풀뿌리 민심, 당심이 제대로 움직여야 보수 재건이 가능하다. 앞으로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왼쪽)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은 5월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와 한 전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한 전 대표의 출마 여부는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 구도를 가를 핵심 변수였다. 탄핵 찬성(찬탄)파의 유력 주자인 그가 출마하면 반탄파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양강 구도를 형성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대선 패배에도 당내 탄핵 반대 여론이 굳건한 상황이 이어지자 한 전 대표가 단기간에 이를 뒤집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다. 동시에 최근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재기를 주장하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의 입당 논란이 불붙고,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부정선거론이 다시 고개를 들자 친한계에서는 ‘반(反)극우 연대론’과 한 전 대표 출마론이 부상했다. 실제 한 전 대표는 이 기간 당 안팎의 인사들과 비공개로 접촉하며 출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고심 끝에 출마를 접은 데는 찬탄파를 비토하는 여론 확산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단 평가다. 한 전 대표를 비롯한 찬탄파 후보들이 고전한 여론조사도 친한계 내부의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 24일 발표된 미디어토마토의 자동응답전화(ARS) 조사에 따르면 보수층 응답자로 한정했을 때 차기 당권 주자 선호도는 김문수 28.6%, 한동훈 13.6%, 안철수 13.1% 순이었다. 책임당원투표 80%, 국민여론조사 20%가 반영되는 국민의힘 대표 최종 경선에선 당심(黨心)이 결정적이다. 친한계 인사는 “출마하면 한 전 대표를 또다시 윤 전 대통령 ‘배신’ 프레임으로 엮어서 공격할 게 뻔했다”며 “전한길씨 등 아스팔트 우파와 뒤엉켜 소모적인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보다는, 숨 고르기를 하며 보수 재건의 길을 모색하는 게 낫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렸다”고 전했다.
친한계에서 떠오른 ‘짠물론’도 한 전 대표의 불출마 결심에 영향을 줬다. 짠물론이란 부정 선거론과 윤 어게인 움직임 등 강경 여론을 짠물에 비유한 것으로, 시간이 흘러 짠물이 빠진 상태에서 한 전 대표가 움직여야 한다는 논리다. 야권 관계자는 “대표로 선출돼도 친한계 규모가 20명 안팎인 상황에서 옛친윤계 등 주류 의원들이 비토하면 운신의 폭이 좁을 거란 판단도 불출마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의 불출마로 차기 당권 판세는 일단 반탄파로 기울게 됐다. 반탄 진영에선 김문수 전 장관, 장동혁 의원, 찬탄 진영에선 조경태·안철수 의원이 앞서 출마를 선언했고, 초선 주진우 의원도 24일 “과거와 단절하고 젊고 강한 보수로 바꾸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