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장님은 늘 욕합니다"…李도 놀란 '지게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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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차 기사가 너무나 큰 고통을 줬습니다. 당시 충격에 지금까지도 머리가 아픕니다.”
자신이 일하던 벽돌공장에서 동료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한 스리랑카 국적의 A씨(31)가 24일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지난 2월 26일 낮 12시쯤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벽돌이 실린 지게차에 하얀 비닐로 묶인 채 들어 올려졌다.
A씨는 서툰 한국어로 “(사건 당시) 너무도 수치스러웠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기억”이라며 “평소에도 회사 부장님 등이 욕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게차에 묶인 후) 마음이 너무 다쳤다. 너무 힘들어서 지금도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가 확보한 영상에는 이곳 노동자가 이주노동자 A씨를 비닐로 벽돌에 묶어 지게차로 옮기는 모습과 이 모습을 보고 웃으며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다른 노동자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노동자가 화물에 결박된 채 동료 노동자들로부터 조롱당하는 사건이 벌어져 파문이 일고 있다. ‘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가 지난 23일 공개한 영상에는 A씨가 하얀 비닐로 벽돌에 묶인 채 지게차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A씨는 58초 분량의 영상 속에서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한 채 결박된 상태였다. 동료 노동자들은 휴대전화로 이 모습을 촬영하며 웃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A씨를 향해 “잘못했냐”, “잘못했다고 해야지”라고 놀리기도 했다.
A씨는 사건 당시 지게차에 5분을 실려 다니다 내려온 후 고통을 호소하며 수차례 헛구역질을 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E-9 비자(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온 뒤 벽돌공장에서 3개월 정도 일했을 때 이 사건을 겪었다.
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당시 근무 중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스리랑카 출신의 직장 동료에게 벽돌 포장 업무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게차 운전자 등에게 인권유린을 당했다.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가 확보한 영상에는 이곳 노동자가 이주노동자 A씨를 비닐로 벽돌에 묶어 지게차로 옮기는 모습과 이 모습을 보고 웃으며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다른 노동자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
A씨는 반복적인 괴롭힘이 이어지자 인권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현재 해당 공장에는 A씨를 포함해 20여명의 노동자가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가해자들이) 직접 사과하지도 않은 채 언론에는 ‘유감’이라고 표현했다”며 “평소 폭언과 욕설을 일삼는 이 공장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이날 A씨가 참석한 가운데 나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져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겼다”며 “장난이라거나 벌칙이라는 말로 용인될 수 없는 일이 이주노동자에게 자행됐다”고 했다.
이들은 또 “이 끔찍한 인권유린은 단지 우발적 일탈이라기보다 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폭력의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라며 “오늘 생일을 맞은 피해자는 기쁨과 축하가 아닌 폭력과 공포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24일 전남 나주시청 앞에서 인권단체가 이주노동자 인권유린 사건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26일 낮 12시쯤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근무하던 스리랑카 국적 A씨(31)가 벽돌 화물에 결박돼 지게차로 들어올려지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이재명 대통령은 A씨 사건과 관련해 “인권 침해를 철저히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관련 영상을 게시한 뒤 “영상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세계적 문화강국이자 민주주의 모범국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소수자,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또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악용한 인권침해와 노동착취가 벌어지지 않도록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서 적극 대응하겠다”며 “생업을 위해 이역만리 길을 떠난 대한민국 국민이 귀하듯,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 인권도 지켜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가 확보한 영상에는 이곳 노동자가 이주노동자 A씨를 비닐로 벽돌에 묶어 지게차로 옮기는 모습과 이 모습을 보고 웃으며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다른 노동자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
경찰과 노동당국은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해당 벽돌 사업장에 대해 기획 감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폭행, 직장 내 괴롭힘, 임금체불 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할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외국인 고용사업장에 대한 선제적 예방 감독도 더욱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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