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준비됐어 준석” “뛰어보죠 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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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리그를 누비는 이현중(왼쪽)과 미국 시애틀대 소속의 여준석. 한국 농구 의 새로운 ‘황금세대’를 열 기대주다. 23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두 사람은 다음 달 5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막하는 아시아컵 우승을 꿈꾸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들뜨면 안 되죠.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잖아요.”
한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한 이현중(25·일라와라)과 여준석(23·시애틀대·이상 포워드)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대표팀은 최근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앞두고 ‘모의고사’로 치른 일본·카타르 평가전 4경기를 전승으로 장식했다. 아시아컵은 다음 달 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개막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FIBA 랭킹 53위)은 호주(7위), 레바논(29위), 카타르(87위)와 A조에 속했다. 대표팀의 해외파 듀오 이현중(21.3점)과 여준석(18.3점)은 이번 네 차례 평가전에서 경기당 평균 39.6점을 합작했다.
실력은 물론 매력적인 외모의 두 선수를 보러 경기마다 팬들이 몰렸다. 팬들은 “이현중-여준석이 함께 뛰는 ‘황금세대’라면 우승도 꿈이 아니다”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지난 23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두 선수는 코트 안팎의 들뜬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현중은 “황금세대라는 칭찬도 좋지만, 냉정하게 우린 아직 이룬 게 없다. 우리의 강점과 보완점을 확인했다는 것에 (평가전) 의미를 둔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배우 정해인을 닮았다는 말에 여준석은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지금은 팀 동료들과 조직력을 다지는 것만 생각한다”며 화제를 돌렸다.

여준석
호주리그에서 뛰는 이현중과 미국 시애틀대 소속인 여준석이 대표팀에서 함께 뛰는 건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함께한 것처럼 호흡이 척척 맞았다. 장신 센터도, 귀화 선수도 없는 대표팀이 평가전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여준석은 “(이)현중이 형과는 2018년 호주의 미국프로농구(NBA) 글로벌 아카데미에서 2년 정도 한솥밥을 먹어 ‘케미’가 좋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해서 형이 공을 잡으면 득점 찬스라고 믿고 골밑으로 달린다”고 말했다. 이준석은 “내게 수비가 붙으면 (여)준석이에게 패스하면 되고, 반대의 경우엔 내가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두 선수의 역할 분담은 평가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현중(2m1㎝)은 외곽에서 3점슛을 던지는가 하면 리바운드와 골밑 돌파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특히 몸을 던지는 허슬플레이가 일품이었다. 이현중은 “나는 원래 공만 보면 몸을 아끼지 않고 달려든다. 쇼맨십보다는 분위기를 위해서다. 주전이 몸을 던져 허슬플레이를 하면 모두 한마음으로 뛰게 된다”고 말했다. 여준석은 과감하고 화려한 플레이를 펼친다. 큰 키(2m3㎝)에도 활동량이 왕성하다. 또 탄력이 좋아 폭발적인 덩크슛을 자주 선보인다. 마지막 평가전이던 카타르와의 2차전(20일)에선 그림 같은 앨리웁 덩크로 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여준석은 “아시아컵에서도 (앨리웁 덩크를) 해보고 싶다. 화끈한 덩크는 2점 이상의 가치로, 경기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중
두 선수의 팀 내 역할은 득점원으로 그치지 않는다. 2003년생인 여준석은 팀의 막내, 2000년생 이현중도 후배보다 선배가 훨씬 많다. 두 선수는 그 누구보다 목소리 높여 분위기를 돋우고 팀원을 응원한다. 이번 평가전에서도 줄곧 그랬다. 벤치로 빠져 있을 때도 계속 선 채 손뼉을 치다가 심판으로부터 주의도 받았다. 심지어 손짓으로 관중의 함성까지 유도했다. 어찌 보면 팀 리더 같기도 한데, 그 비결은 오랜 해외 경험이다. 일찍부터 해외에 나가 농구를 배운 두 선수는 시행착오를 통해 지금의 성숙한 리더십까지 몸에 익혔다.
미국 데이비슨대를 나온 이현중은 2022 미국프로농구(NBA) 드래프트에 도전했지만, 지명받지 못했다. 여준석도 2년간 미국 대학농구 명문 곤자가대에서 뛰었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지난 4월 시애틀대로 옮겼다. 이현중은 “괴물 같은 선수들이 득실대는 미국에서 넘어지면 땅을 딛고 일어서는 법을 배웠고, 그 과정에서 단단해졌다”며 “여기서 그칠 수 없다. 농구는 팀 스포츠이기에 내가 겪고 배운 것을 동료들에게 전파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실수를 자책 말고 다시 일어나 뛰자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한국의 아시아컵 우승은 1997년이 마지막이다. 28년 만의 아시아 정상 등극을 노린다. 이현중은 “어떤 대회에 나가든 목표는 항상 같다. 아시아컵도 우승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여준석은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 빗댄다면, 아직 어설프고 투박한 난 강백호 같고, 슛부터 모든 플레이가 뛰어난 현중이 형은 서태웅 같다. 원팀이 돼 강호를 연파했던 만화 속 북산고처럼, 대표팀 형들과 우리가 하나로 뭉쳐 꼭 아시아 정상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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