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외국인 근로자 대규모 이탈…전남선 146명 중 92명 잠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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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강원 강릉시 한 농촌 마을에서 베트남 전통 모자인 '논라'를 쓴 외국인 노동자들이 감자를 캐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전국 농·어촌 지역의 인력난 해소에 기여해온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이탈 문제가 반복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4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전남 장성군 장성읍 한 모텔에서 태국 국적의 농촌 계절근로자 14명이 무단이탈한 뒤 잠적했다. 이들은 지난 5월 2일 외국인 계절근로자 비자(E-8)로 입국해 장성 지역 농가에 배정된 근로자 39명 중 일부다.

어촌에서도 외국인들의 대규모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전남 고흥에서는 지난해 10월 입국한 베트남 국적 노동자 107명 중 78명(72.9%)이 무단이탈했다. 이들은 고흥군과의 양해각서(MOU)를 통해 입국한 뒤 올해 2월까지 십수 명씩 지정 근로 지역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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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이 계속된 지난 11일 국내 최대의 고랭지 채소단지인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배추밭에 물을 주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무단이탈은 입국 당시 지정된 근무지보다 임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가기 위해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인들은 전문 브로커나 메신저 앱 등을 통해 국내 근무지를 옮기거나 스스로 불법체류자가 되기도 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국내 지자체가 MOU를 체결한 외국 지자체의 주민을 데려오는 프로그램이다. 결혼 이민자의 해외 거주 4촌 이내 친척을 근로자로 초청하기도 한다. 계절근로자는 최대 8개월 동안 지정지에서만 근무한 뒤 계약 종료 후에는 비자가 만료돼 귀국해야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017년 1085명을 시작으로 2022년 1만2027명, 2023년 3만2837명, 지난해 5만7269명 등이 입국했다. 올해는 9만5429명이 배정돼 지난 6월까지 5만3940명이 입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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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강원 강릉시 한 농촌 마을에서 베트남 전통 모자인 '논라'를 쓴 외국인 노동자들이 감자를 캐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외국인 입국자가 늘어나면서 이탈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계절근로자 이탈자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300명을 밑돌다 2022년 1151명까지 급증했다. 이후 2023년 925명, 2024년 869명이 이탈하면서 지자체들이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전남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이탈자가 2021년부터 4년간 931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814명), 전북(576명), 경북(405명), 충남(155명)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이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각 지자체가 국내·외에 걸쳐 직접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에서 일을 하려는 외국인이 많은 탓에 해외 현지에서부터 국가별로 거액의 뒷돈까지 오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경남 지역은 프로그램 도입 때부터 16개 시·군의 외국인 직접 관리를 강조해 이탈률을 낮춘 사례다. 경남도의 외국인 근로자 중 이탈률은 2022년 6.6%(46명)에서 2023년 1.6%(49명)로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이탈률이 0.8%(54명)까지 감소해 전국 평균 이탈률(1.5%)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박창덕 한국이민사회전문가협회 교제교류협력본부장은 “외국인 근로자의 이탈률을 낮추려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며 “영리단체 등을 통한 외국인 근로자 관리가 아닌, 정부와 각 지자체의 직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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