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안무가 리정, "차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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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리정은 트와이스, 있지, 효연, 선미, 블랙핑크 등 수많은 가수들의 안무를 만들었다. 사진 더블랙레이블
안무가 리정(이이정·27)은 전 세계에서 인기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헌트릭스 ‘하우 잇츠 던’과 사자보이즈 ‘소다팝’의 인상적인 안무를 창작했다. 현실 무대와 같은 디테일과 K팝 댄스 특유의 무대매너까지 애니메이션에 정교하게 이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무가 리정 인터뷰
22일 종영한 Mnet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월파’)에서는 팀 ‘범접’의 막내로 참여해 세계의 댄스 크루와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특히 메가크루 미션에서 상모돌리기, 부채춤, 탈춤 등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 군무로 재해석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 무대는 유튜브에 공개된 직후 국가유산청, 국립중앙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공공 문화기관의 공식 채널에서 감탄하며 릴레이 댓글을 달아 화제가 됐다.
리정이 본격적으로 춤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다. 이듬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댄스 크루 저스트 절크의 첫 여성 멤버로 발탁됐다. 2019년 크루를 나온 후에는 트와이스, 블랙핑크, 전소미, 아이들, 스트레이 키즈, NCT 드림 등 대중음악 퍼포먼스 크리에이터로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것은 2021년 방송된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1. 크루 ‘와이지엑스’의 리더로 출연한 그는 날카로운 춤선과 강단 있는 리더십, 냉철한 판단력으로 프로그램 내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2023년엔 미국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베스트 코리오그래피상을 수상했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오직 춤으로 자신을 증명해온 리정을 24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스월파’를 마친 소감은. 우승하지 못해 아쉽진 않나.
- “영광이었고 행복했다. 힘들기도 했지만 아주 뜻 깊은 시간이었다. 우승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매 순간 정말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파이널에 가지 못했다는 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 과정으로 좋은 발전과 많은 성장을 했다.”
- 얻은 것이 있다면.
- “방송에서 사실 많이 부진했다. 나의 부족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더 나은 내가 되리라 믿고 계속 임했다. 자신이 없음에도 계속 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자신이 있어야만 좋은 결과물이 있다고 믿어왔는데, 그렇지 않아도 잘 할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팀 리더인 허니제이로부터는 포용하는 자세를 많이 배웠다. 신념과 확신도 좋지만, 다른 사람 피드백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리정은 Mnet,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파이터'의 글로벌 아티스트 퍼포먼스 미션에서 팀 범접의 센터로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 Mnet
-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 “3년 전 초기 기획부터 같이 했다. 같은 소속사인 더블랙레이블 소속 프로듀서가 음악을 제작한다는 건 더 오래 전에 결정되어 있었고, 그 후에 소니 애니메이션 측에서 안무를 맡아 달라고 연락을 줬다. 더블랙레이블의 음악성을 믿었고, 보장된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는 건 내 꿈이기 때문에 꼭 하고 싶은 작업이었다.”
- 성공을 예감했나.
- “첫 미팅 때 소니 애니메이션 관계자와 줌 미팅을 하면서 ‘왜 이걸 하고자 하는지’, ‘왜 내가 필요한지’, ‘내가 어떤 것을 해주면 좋겠는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그 질문에 제작진이 막힘없이 신나서 대답을 하는 모습을 봤다. 꿈에 대한 확신, 자기 감각에 대한 확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재능과 노력까지 겸비한 사람들이 모였는데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없다. 동기부여가 가득 되는 사람들과 작업해서 행복했다.”
- 많은 커버 중에 기억 남는 것이 있다면.
- “차은우가 커버한 ‘소다팝’ 무대다. 극 중 주인공인 진우를 기획할 때 차은우를 많이 참고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차은우 무대를 보면서 ‘살아있는 진우’라는 생각에 와 닿았다.”
- 애니메이션 작업이라 기존 작업과 다른 점은 없었나.
- “제작진이 ‘물리적 한계는 없으니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찢어야겠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신나게 작업했다.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동작을 넣진 않았다. 만화 주인공이지만 인격체로 보고,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 안무를 구성했다.”
- 창작의 영감이 되는 것은.
- “좋은 음악이다. 음악이 정말 좋으면, 꿈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생각들이 떠오른다. 창작의 경로를 묻는다면 사실 답변할 것이 없다.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의외의 메가히트를 친다. ‘소다팝’도 그냥 리듬에 따라 창작했다.”

리정은 "많은 사람들이 내 춤을 알아봐주고 따라해주고 즐긴다는 것에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 더블랙레이블
- 가수로 데뷔한다거나 업을 확장해볼 생각도 있나.
- “춤을 정말 사랑한다. 이 직업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더 해내고 싶은 마음은 있다. 플레이어로서도 충분히 뛰고 있고, 아티스트들(가수들)도 나를 아티스트로 대해준다. 꿈꿨던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춤이 나를 어디로, 얼마나 데려갈지 모르겠지만 계속 춤을 따라서 도전해보고 싶은 의향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직업을 바꾸고 싶진 않다.”
- 10년 넘게 춤을 추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 “내 마음은 똑같다. 그렇지만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다. 문화 발전이 많이 됐다고 느낀다. 이런 시기에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음에 참 감사하다. 동시에 조심스럽지만 창작자 권리를 더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한다. 금전적인 것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안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나는 그 권리를 비교적 많이 누리고 있는 사람이다. 운이 좋게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심지어 ‘이거 리정이 한 것 아니야?’하는 유추까지 해주신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소수만 누리고 있다. 창작자라면 이것을 누구나 누려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좋은 동료 선후배와 함께 오래 걸리더라도 이 업을 잘 닦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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