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태국 수린 지역에서 태국 포병대가 캄보디아 국경 지대를 향해 포를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태국과 캄보디아가 국경 지역에서 이틀째 포격을 주고받으며 충돌을 이어간 가운데, 양국의 사망자가 16명으로 집계됐다. 민간인 피해가 잇따르면서 대규모 대피령도 내려진 상황이다.

태국군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오전 4시쯤부터 양측 교전이 재개되면서 태국 동부 우돈라차타니주와 시사껫주 등 최소 12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이는 전날의 6곳보다 확대된 것이다. 캄보디아군은 러시아제 BM-21 다연장로켓포를 비롯한 중화기를 동원해 공격했고, 태국군은 "적절한 대응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태국 총리 권한대행인 품탐 웨차야차이 부총리는 "캄보디아가 여러 전선에서 도발을 시작했으며, 현재 중화기 대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전면전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태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교전으로 인해 민간인 14명과 군인 1명이 사망하고, 군인 15명과 민간인 30명이 부상했다. 전날 시사껫주의 한 주유소가 로켓포에 피격돼 불이 나면서 주유소 내 편의점에 있던 학생 등 민간인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캄보디아 측에서도 우다르미언쩨이주의 한 불교 사원이 태국군의 로켓 공격을 받아 피난 중이던 70세 남성이 숨졌고, 민간인 최소 4명이 부상했다.

25일 태국 국경지역인 수린의 수린드라 하자브하트 대학 내 체육관으로 피난 온 태국 피난민들. AFP=연합뉴스

양국의 국경 지역에서는 대규모 대피가 이뤄지고 있다. 태국은 국경에서 50㎞ 이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피령을 내려 4개 주에서 13만여 명이 임시대피소로 이동했다. 캄보디아도 우다르미언쩨이주 등 국경 인근에서 4000여 명이 피난했다.

태국군은 우돈라차타니·시사껫주 내 5개 지역이 캄보디아군의 로켓 사거리(최대 40㎞) 내에 있다며 위험을 경고했다. 양국은 서로 민간인 공격을 자행했다며 비난을 주고받고 있다. 태국군은 "학교와 병원 등 민간 시설을 고의로 공격한 것은 전쟁범죄"라고 주장했고, 캄보디아 정부는 "태국군이 집속탄을 사용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국제사회의 중재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아세안(ASEAN)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양국 정상과 통화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미국 국무부도 “적대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민간인을 보호하며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캄보디아 측 요청에 따라 미국 동부시간 25일 오후 3시에 긴급회의를 열고 이번 국경 충돌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태국 외교부 대변인 니꼰뎃 발란꾸라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제3국 개입보다는 양자 협상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며 중재 시도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