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엄마가 준 예물이 대박났다…373조원 金 잠자는 이 나라[세계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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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금값 고공행진에 뜻밖의 이득을 본 이들이 있다. 최근 CNN은 남아시아 여성들이 '골드러시(금광 열풍)'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에선 결혼하는 딸에게 금을 물려주는 전통이 있다. 신부는 친지로부터 받은 금목걸이, 귀걸이 등으로 치장한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인도 금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이 결혼식 신부용 장신구에 쓰인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금 수요가 많은 국가다.

지난 4월 2일 인도 암리차르의 한 매장에서 직원이 금 장신구를 진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결혼뿐만 아니라 자녀 탄생, 생일 등 특별한 일을 축하하기 위해 금화를 선물하기도 한다. CNN은 "금은 남아시아 가정에는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딸이 어머니의 금을 상속받는 전통은 사회경제적 계층과 관계없이 인도의 도시와 농촌 전역에 걸쳐 이어져 왔다"고 전했다.
딸에게 지참금으로 특별히 금을 물려주는 이유가 있다. 과거 여성의 경제적 활동이 자유롭지 않았던 이곳에서 금은 여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현재도 인도에서 자신의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여성은 절반도 안 된다.
때문에 남아시아 여성들은 자산 대부분을 금에 투자해왔는데, 최근 금값이 폭등하며 수혜를 봤다. 금값은 지난해 27% 상승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26% 급등했다. 지난 4월엔 온스당 3500달러(약 485만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50년간 추이를 보면 금값은 1900% 이상 올랐다.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남아시아계 이용자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금 장신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틱톡 캡처
소셜미디어에선 남아시아 여성들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금 장신구를 자랑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한 남아시아계 여성은 틱톡 영상에서 순금(24K) 목걸이를 보여주며 "28년 전엔 금 1g에 12달러(약 2만원)였는데 지금은 100 달러(약 14만원)가 됐다"고 말했다.
세계금협회의 사친 자인 인도 지부장은 인도 가정에만 최소 2만5000t의 금이 보관돼있다고 밝혔다. 약 373조원어치의 금이 가정집 금고에서 잠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금값이 올랐다고 해도 팔기보단 갖고 있기를 택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인도에서 금은 사치품이 아닌 자산으로 여겨져서다. 자인 지부장은 "서구 시장은 시장의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클 때 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남아시아 가정들은 오랫동안 금을 보유해왔다"고 설명했다.
세계금협회의 조셉 카바토니 미주지역 수석 시장전략가는 "보석은 사람들에게 행운을 상징한다. 때로는 사치스럽지만, 부를 저축하고 대대로 물려주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고 CNN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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