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회문제 해결, 자본 클수록 잘하죠"…사모펀드 진출한 벤처투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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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현주 인비저닝 파트너스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 인비저닝 파트너스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한국에서 임팩트 투자기관이 성장하려면 벤처캐피탈(VC)에서 사모펀드(PE)로의 확장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업의 후기 성장단계까지 지원하려면 더 큰 규모의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제현주 인비저닝 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제현주(48) 인비저닝파트너스(이하 인비저닝) 대표는 국내 대표 임팩트 투자자다. 임팩트 투자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해 재무적 수익과 함께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목표로 하는 투자 방식이다. 인비저닝은 그동안 주로 기후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해왔으나 최근 후기 성장기업 투자를 포함하는 PE 투자에 진출했다. 국내 임팩트 투자사가 PE로 영역을 확장한 건 인비저닝이 처음이다.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 인비저닝 사무실에서 만난 제 대표는 “기후테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이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결국 물리적인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하니 VC 외에도 더 다양한 자금이 필요하다”라며 “임팩트 투자 시장이 성장하려면 PE로의 확장은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말했다. 국내 벤처 생태계가 무르익은 만큼, 기업의 성장 전 주기를 커버할 수 있는 투자사가 되겠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에선 임팩트 투자가 VC 형태로 시작했지만 글로벌 임팩트 투자에선 VC보다 PE의 비중이 훨씬 크다”라며 “앞으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PE 투자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현주 인비저닝 파트너스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 인비저닝 파트너스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17년부터 국내 1세대 임팩트 VC인 옐로우독을 이끈 제 대표는, 2021년 옐로우독 자산을 이전받아 인비저닝을 출범했다. 현재 인비저닝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2834억원이다. 한국·미국·싱가포르 등 55개 기업에 약 2240억원을 투자했다. 기후테크 기업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67%(투자금액 기준)를 차지한다.
PE 진출을 위해 올해 초 PE 라이선스 취득했고, 지난달 첫 번째 PE 투자를 마무리했다. 헤임달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자동차 부품회사 씨티알(CTR)에 약 700억원 투자를 완료했다. 투자로 확보한 전환사채(CB)를 전환할 경우 씨티알의 2대 주주가 된다. 조향 장치 등을 생산하는 씨티알은 지난해 매출 약 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전기차 매출이 36%를 차지할 정도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제 대표는 “씨티알과의 인연은 회사 측이 ESG 경영을 고도화하겠다며 인비저닝에 조언을 구하면서 시작됐다”라며 “우리가 임팩트 투자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봤고, 향후 씨티알 이사회에 참여해 ESG 위원회를 출범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점점 더 높은 수준의 ESG 경영을 요구하고 있기에, 이런 노력은 자동차 부품 회사의 본원적 경쟁력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제현주 인비저닝 파트너스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 인비저닝 파트너스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제 대표는 임팩트 투자가 수익률을 일정 부분 희생한다는 건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임팩트 투자사의 74%가 ‘시장수익률 이상’을 목표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고, 인비저닝도 마찬가지”라며 “지금은 임팩트 투자라는 용어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하려고 하는 투자는 과연 어떤 것인가’를 우리만의 언어로 설명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제 대표는 “임팩트 투자사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한 축은 PE로의 확장, 또 다른 축은 글로벌”이라며 “인비저닝은 투자금액의 약 30%를 미국 등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해외 포트폴리오로는 광산 폐기물에서 희토류를 재생하는 솔루션을 개발한 ‘피닉스테일링스(미국)’, 플라스틱 폐기물을 고부가가치 소재로 업사이클링하는 ‘노보루프(미국)’ 등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후 친환경 정책이 유턴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가 믿는 건 환경·사회적 문제가 클 수록 시장 기회도 크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시대라고 해서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투자의 세부사항을 조정할 순 있겠지만, 장기적인 전략 방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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