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19시즌 만에 성사된 '세기의 대결'…김광현, 류현진과 첫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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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시즌 만에 성사된 '비기스트(biggest) 매치'. 한국 프로야구 왼손 원투펀치로 한 시대를 평정한 류현진(38·한화 이글스)과 김광현(37·SSG 랜더스)이 마침내 맞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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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화 류현진과의 첫 선발 맞대결에서 완승한 SSG 김광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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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SSG 김광현과의 첫 선발 맞대결에서 완패한 한화 류현진. 연합뉴스

류현진과 김광현은 2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두 팀의 시즌 11번째 경기에 나란히 선발 투수로 나섰다. 2006년 한화에서 데뷔한 류현진과 2007년 SK 와이번스(SSG의 전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광현은 KBO리그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한 번도 선발 맞대결한 적이 없다. 2010년 올스타전과 2011년 시범경기에서 한 차례씩 만난 게 전부다.

류현진은 11년(2013~23년), 김광현은 2년(2020~21년)간 메이저리그(MLB)에서 뛰었지만, 그때도 맞대결의 행운은 오지 않았다. 둘 다 전성기를 보내던 2010년 5월 23일 대전 경기 선발 투수로 함께 예고됐다가 비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끝내 무산된 게 유일한 기회였다.

그 후 처음으로 찾아온 류현진-김광현의 선발 빅 매치. 일주일 전부터 야구계의 관심이 대전으로 쏠렸다. 이제 둘 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팀 선발진의 한 축을 든든하게 지키는 '리빙 레전드'다. 팬들의 관심도 폭발적이었다. 경기 시작 1시간 18분 전인 오후 4시 42분에 티켓 1만7000장이 모두 팔려나갔다. 한화의 시즌 41번째 매진이자 홈·원정 30경기 연속 매진 신기록이다. 온라인 예매분은 일찌감치 동났는데, 시야방해석을 포함한 일부 현장 판매분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많은 야구팬이 야구장 매표소 앞에 줄을 섰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운 팬도 눈에 띄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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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화 류현진과의 첫 선발 맞대결에서 완승한 SSG 김광현. 연합뉴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경기 전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두 투수 덕분에 금메달을 땄다. 그 덕에 내가 지금까지 감독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30대 후반인 두 선수가 성실히 몸 관리를 해서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책임지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같다"며 "두 선수 모두 부상 없이 오래오래 던졌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SK에서 오랜 기간 김광현과 배터리를 이루다 지금은 한화에서 '친구' 류현진과 함께 뛰고 있는 베테랑 포수 이재원은 "둘이 전성기 때 맞붙었다면, 내가 김광현의 공을 받으면서 류현진의 공을 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다"며 "늦게나마 두 투수가 만나게 된 건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갑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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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SSG 김광현과의 첫 선발 맞대결에서 완패한 한화 류현진. 연합뉴스

많은 이의 기대가 쏠린 경기였지만, 정작 결과는 싱거웠다. 류현진이 너무 일찍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류현진은 첫 아웃카운트를 잡기도 전에 5점을 빼앗겼다. 선두 타자 최지훈에게 우중간 안타, 후속 타자 안상현에게 볼넷을 허용해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이어 최정에게 선제 좌전 적시타,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우월 적시 2루타를 잇달아 내줘 2실점했다.

류현진은 계속 흔들렸다. 고명준을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만루 위기를 맞은 뒤 김성욱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3타점짜리 싹쓸이 적시 2루타를 맞았다. 순식간에 0-5 리드를 허용한 류현진은 이지영을 투수 땅볼, 정준재를 2루수 병살타로 솎아내면서 어렵게 1회를 마무리했다. 한화는 2회부터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투수를 엄상백으로 교체했다.

최종 성적은 1이닝 4피안타 2볼넷 5실점.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1이닝만 던지고 내려온 건 이날이 데뷔 후 처음이다. 종전 최소 이닝 투구는 2011년 6월 10일 롯데 자이언츠(5실점)전과 2012년 7월 18일 삼성전(8실점)에서 기록한 2이닝이었다. 또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5점 이상을 내준 건 지난해 8월 7일 삼성 라이온즈전(5이닝 7실점) 이후 거의 1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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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화 류현진과의 첫 선발 맞대결에서 완승한 SSG 김광현. 연합뉴스

반면 5점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에 성공하면서 팀의 9-2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6회까지 공 81개를 던지면서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막아냈다. 6시즌 연속 100탈삼진과 100이닝 투구를 동시에 달성하는 겹경사도 누렸다.

김광현은 2~4회를 모두 세 타자만 상대하며 가볍게 마쳤다, 5회 선두 타자 채은성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한 뒤엔 후속 타자 김태연-황영묵-최재훈을 모두 범타 처리하고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6회 심우준-이진영-루이스 리베라토-문현빈에게 네 타자 연속 안타를 얻어맞았지만, 노시환(병살타)과 채은성을 연속 땅볼로 유도하면서 실점을 2점으로 최소화했다. 21세기 최고 원투펀치의 역사적인 첫 맞대결은 그렇게 김광현의 완승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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