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기차 둔화에 뜨는 ESS…삼성SDI, 1조 입찰서 80% 휩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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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업계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전기차 시장 침체 위기를 극복하려는 가운데, 삼성SDI가 1조원 규모의 국내 ESS 입찰에서 전체 물량의 80%를 휩쓸었다. 특히 최근 ESS의 ‘대세’로 꼽히는 LFP(리튬인산철) 계열이 아닌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삼원계 배터리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80% 삼성SDI…‘가격’이 승부 갈랐다
2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1조원 규모로 진행된 2025년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삼성SDI가 예상을 깨고 전체 8개 사업지(총 540메가와트(MW)) 가운데 6개 사업지에서 465MW를 수주했다. 입찰 물량의 80%를 따낸 것이다.
업계에선 삼성SDI가 입찰 마감 직전에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파격으로 판도를 뒤집었다고 평가한다. 일부 사업지에서 삼성SDI는 킬로와트시(㎾h)당 30원대 초반까지 값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업계에서는 40~50원대를 평균치로 보는데, 삼성SDI는 이보다 30% 가까이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또 배터리 셀 대부분을 울산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 평가 항목에 포하마된 ‘국내 산업 기여도’ 측면에서 유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번 입찰은 저렴하고 열 안정성이 높은 LFP 배터리를 들고 나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용 LFP 배터리 분야에서 노하우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미국에서 대규모 양산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폴란드 국영전력공사로부터 981메가와트시(MWh) 규모 공급 계약도 따냈다. SK온도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충남 서산 공장에서 양산성 검증 중이다.
반면 삼성SDI는 NCA 기반 배터리로 승부수를 띄웠다. 통상 NCA 배터리는 고에너지·고수명·출력이라는 장점으로 고급형 전기차에 탑재된다. 다만 LFP에 비해 비싸고 상대적으로 열 안정성이 낮은 탓에 ESS 응찰에는 불리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삼성SDI는 열 확산 기술(No TP)을 적용한 ‘SBB(삼성 배터리 박스)’에 화재 차단 기술(EDI)을 더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반전을 만들어냈다.

차준홍 기자
왜 ESS인가…‘전기차 보릿고개’ 돌파구
ESS는 전기차 보릿고개와 중국산 배터리 공세에 시달리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돌파구로 꼽는 시장이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늘고 있고, 친환경 발전이 확대되면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해두고 쓸 수 있는 ESS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서다. 전기차 배터리보다 마진율이 5~10%포인트 가량 높은 점도 배터리 업체로선 반가운 지점이다. 계약 주기가 10~15년 이상으로 길고 사후관리(AS) 비용을 포함해 계약하기 때문이다. 삼성SDI가 단가를 공격적으로 낮출 수 있었던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를 해야 다음 단계의 사업 기회도 열린다”며 “일단 사업 이력을 확보해 시장에 진입하는 게 중요한 만큼, 수익성보다는 ‘시장 선점’에 방점을 두고 가격을 낮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ESS 시장은 하반기 1조원 규모의 제2차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앞두고 재격전이 벌어질 예정이다. 앞서 제주 장주기 ESS 사업과 한전 계통안정화 ESS 프로젝트에서 압도적인 수주 실적을 올린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입찰에서는 제주 표선과 광양 등 2개 사업지를 따내는 데 그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 입찰에선 국내 유일의 ESS용 LFP 양산 경험을 강조하고, ‘무정지 연속 운용’을 지원하는 BMS 자동 보정 기술, 국내 최대 규모의 AS 네트워크를 내세워 반격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입찰에서 한 곳도 수주하지 못한 SK온은 사장 직속으로 신설한 ‘ESS 솔루션&딜리버리실’ 조직을 중심으로 재도전에 나선다. SK온 ESS는 냉각과 소화를 동시에 진행하는 ‘화재 조기 진압 솔루션’ 등이 특징이다.
중국 CATL도 최근 국내에서 ESS 솔루션 인력을 채용하는 등 국내 사업을 정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ESS 입찰 시장에 CATL이 참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다 보니 하반기 ESS 입찰에서는 가격·기술 경쟁이 더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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