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조정석 "좀비 변한 딸에게 '눈 왜 그렇게 떠&apos…

본문

17535936509177.jpg

영화 '좀비딸'에서 조정석은 좀비가 돼 버린 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부성애 연기를 펼친다. 사진 NEW

가스 테러 속에서 연인과 가족을 구해내는 백수 청년('엑시트', 2019), 재취업의 간절한 목표를 위해 여장 남자가 되는 항공사 기장('파일럿', 2024).
절박한 상황 속에서 코미디와 인간미를 적절히 구사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여름 코미디 영화의 달인, 배우 조정석(45)이 다시 여름 극장가를 찾는다. 이번엔 좀비가 된 딸을 둔 아빠다.

영화 '좀비딸' 주연 조정석 인터뷰

그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좀비딸'에서 좀비 바이러스에 걸린 딸 수아(최유리)를 지키려는 맹수 사육사 정환 역을 맡았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당국이 좀비들을 사살하는 가운데, 정환은 수아와 함께 어머니 밤순(이정은)이 사는 바닷가 마을 은봉리로 향한다. 그리고 감염 전 기억을 갖고 있는 수아의 모습에 희망을 품고,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딸을 인간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tvN)에서 조정석이 보여준 다정다감한 아버지 연기가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였다면, 이번 영화에서의 아버지 연기는 부성애 그 자체다.

17535936511506.jpg

영화 '좀비딸'에서 부성애 연기를 펼친 배우 조정석. 사진 NEW

24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부성애'라고 말했다. 그는 2018년 결혼한 가수 거미와의 사이에 다섯 살 딸을 두고 있다.

"아버지의 마음이 커져 가고 있을 때 절묘하게 이 작품이 제게 다가왔어요. 작품 선택도, 감정 연기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애를 쓰면서 뭔가 더 끄집어낼 필요가 없었죠. 일부 장면들에서 폭발적으로 올라오는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아이가 없었다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죠."

그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딸을 살리려는 아빠의 모습을 담은 엔딩 신이 특히 각별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볼 때부터 이 장면에서 눈물이 터졌다는 그는 "영화의 결말이 원작과 달리, 희망의 여운을 남기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1753593651384.jpg

영화 '좀비딸'의 정환(조정석)은 좀비로 변한 딸 수아(최유리)를 인간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맹훈련을 시킨다. 사진 NEW

17535936516167.jpg

영화 '좀비딸'의 정환(조정석)은 좀비로 변한 딸 수아(최유리)를 인간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맹훈련을 시킨다. 사진 NEW

17535936518473.jpg

영화 '좀비딸'에서 좀비로 변해버린 딸 수아(최유리). 사진 NEW

그러면서 "딸이 나중에 커서 '좀비딸'을 보면, '아빠, 이때 내 생각하면서 연기했어?'라고 물어볼 것 같다"며 딸바보 다운 미소를 내비쳤다.

'좀비딸'은 글로벌 누적 조회수 5억뷰를 기록한 동명 네이버웹툰이 원작이다. 조정석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 원작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고 했다. "시나리오 만으로도 충분히 웃기고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시나리오에 적힌 캐릭터의 진정성만 잘 표현한다면 원작을 보지 않은 이들도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좀비딸'의 강점이 슬픔과 코미디의 절묘한 교차에 있다고 말했다. "딸이 눈앞에서 좀비로 변하는데도 '눈을 왜 그렇게 떠?'라고 능청스러운 위트를 구사하는 게 이 영화의 킥"이라며 "슬픔이 밀려올 때면 어김없이 위트가 되살아난다"고 했다.

1753593652078.jpg

영화 '좀비딸'에서 아버지 정환(조정석)은 좀비로 변한 딸 수아(최유리)를 지키기 위해 어머니 밤순(이정은)의 집으로 피신한다. 사진 NEW

정환과 수아가 좀비들을 피하기 위해 좀비인 척 일부러 과장된 몸짓을 하고, 좀비가 된 수아가 할머니 밤순의 효자손을 가장 무서워하는 등 만화적 설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대사인지, 애드리브인지 헷갈릴 정도의 웃음 포인트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조정석은 코미디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웃기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미디는 텍스트의 힘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것일 뿐"이라면서다.

"억지로 웃기려고 하면 되레 안 웃기잖아요. 절묘한 타이밍과 호흡이 코미디의 생명이라 생각해요. 저를 포함해 배우들 모두 진지하게 연기에 임했어요. 제 코미디 연기의 장점은 평양냉면 같은 담백한 맛이라 생각합니다."

17535936523063.jpg

영화 '좀비딸'에서 아버지 정환(조정석)과 딸 수아(최유리)가 좀비로 변한 사람들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사진 NEW

함께 출연한 이정은, 윤경호, 조여정에 대해선 "코미디를 잘 살리기 위해 모두 한 지점을 바라봤다"면서 "단체 대화방 제목이 '좀비 여고 동창'일 정도로 늘 유쾌한 느낌의 호흡이자, 최고의 앙상블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 딸을 연기한 최유리가 현장에서 가장 어른 같았다"면서 "실제 내 딸이 유리처럼 자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름 극장가의 흥행 보증수표라는 뜻의 '여름 남자', '여름 코미디의 정석'이란 수식어에 대해선 "운 좋게도 관객들이 극장을 많이 찾는 여름에 잇따라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 수식어가 정말로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영화 '엑시트' 흥행(942만 관객)을 함께 일궜던 배우 임윤아와는 이번 여름 극장가에서 경쟁자로 만난다. 임윤아는 다음 달 13일 개봉하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의 주연을 맡았다.

조정석은 "윤아가 '오빠가 먼저 개봉하니까 잘 이끌어주면 나도 (그 기세를) 밀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시너지를 내보자'고 하더라"며 "윤아 말처럼 다 잘돼서 침체된 극장가에 활기가 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 흐름에 맞게 자연스럽게 '좀비딸'을 만나게 된 것처럼, 다음 작품도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뺑반', 넷플릭스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2'에서 강렬한 악역을 했는데도 어떤 분들은 제가 코미디 작품만 한다는 오해를 하세요. 차기작이 코미디라 해도 기시감이 들지 않도록 노력하고, 코미디가 아니어도 계속 변신을 꾀할 생각입니다. 연기는 계속 새로운 모습에 도전해야 할 탐구의 영역이니까요."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67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