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다림질로 잡초·해충 사멸…퇴직 공무원이 발명한 '잡초 살초기' …

본문

1753597176951.jpg

지난 24일 장석수씨가 충북 청주시 월오동 도로에서 자신이 개발한 주행형 스팀 잡초 살초기 성능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장석수씨

170도 고온 수증기로 잡초 제거  

60대 퇴직 공무원이 150도 고온 스팀을 분사해 잡초를 제거하는 이색 장비를 개발했다.

주인공은 충북 청주에 사는 장석수(65)씨다. 그가 최근 특허 등록받은 ‘주행형 스팀 잡초 살초기’(특허번호 제10-2792366)는 150~170도 고온 증기를 바닥에 내뿜어 순식간에 잡초를 죽이는 기계다. 생김새가 야쿠르트 배달원이 타고 다니는 전동카트와 비슷하다. 길이 2.5m·높이 1.3m 크기 전동카트에 스팀기와 분사 장치·수증기 개폐기·발전기·탑승용 발판 등을 달았다. 사람이 기계에 올라타 1초당 20㎝ 속도로 이동하면서 잡초를 제거한다.

장씨는 청주시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40년간 농촌지도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2019년 12월 퇴직했다. 이후 2900여㎡(약 900평) 규모 텃밭을 일구며 평범한 노후를 보냈다고 한다. 장씨는 “장마 때만 되면 온종일 잡초를 뽑느라 손가락 마디가 쑤시고, 허리·무릎이 아팠다”며 “뽑아도 2~3일 만에 다시 싹이 자라는 잡초를 손쉽게 제거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스팀다리미에서 나오는 수증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17535971771986.jpg

지난 24일 장석수씨가 충북 청주시 월오동 도로에서 자신이 개발한 주행형 스팀 잡초 살초기 성능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장석수씨

"스팀다리미에 야쿠르트 전동카트 결합" 

장씨는 2020년 8월께 종이컵에 옮겨 심은 풀에다 스팀다리미로 1초·2초·3초 간격으로 증기를 쐬는 실험을 해봤다. 장씨는 “3초 정도 증기를 분사했을 때 나물을 물에 삶은 것처럼 잎이 축 늘어지는 모습을 봤다”며 “얼마 뒤 풀이 말라 죽는 것을 보고 ‘잡초에 다림질’이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했다.

본격적인 장비 개발에 나섰지만, 스팀다리미보다 몇십배나 큰 주행형 잡초 살초기를 개발하는 데는 여러 난관이 있었다. 장씨는 “2023년 10월 소형 스팀기를 개조해 손으로 밀고 다니는 장치를 개발했으나, 인력으로 하다 보니 장시간 작업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듬해 1t 트럭 뒤에 스팀기를 붙였더니 미세한 속도(1초당 20~30㎝) 조절이 어려웠다. 반대로 골프 카트는 너무 빨랐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야쿠르트 배달원 전동카트가 주행형 스팀 잡초 살초기를 완성하는 해법이 됐다. 장씨는 “해당 야쿠르트 업체 전동카트는 비매품이라, 그와 비슷한 전동카트를 만드는 회사를 수소문해 사정을 얘기했다”며 “지난 5월 차체가 작은 저속 주행 카트를 구매해 40~50㎝ 정도 늘린 뒤 스팀분사 장치와 발판 등을 달아 제품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1753597177466.jpg

주행형 스팀 잡초 살초기가 지나간 자리에 잡초가 시들어 있는 모습. 사진 장석수씨

장석수씨 "친환경적, 노동력도 절감" 

장씨가 발명한 기계는 잡초뿐 아니라 각종 세균이나 참진드기 같은 해충도 즉시 사멸시킬 수 있다. 장씨는 “농사의 90%는 잡초와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주행형 스팀 제거 방식은 제초제를 쓰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카트에 올라타 훑고 지나가기만 해도 돼 노동력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주행형 잡초 살포기는 발길이 뜸한 외곽지의 보도, 공원 구석 등 관리 사각지에 자란 잡초 제거에 획기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농업용 관리기에 스팀기를 달면 과수원이나 밭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상당수 자치단체가 민간에 위탁해 도심 잡초를 제거하고 있지만, 일손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주행형 스팀기가 보급되면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인 환경 정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61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