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 "수익 90%, 美 소유 아냐"…더 꼬이는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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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관세협상 장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리에 숫자가 적힌 판이 놓여있다. 일본 대표로 협상에 참석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이 트럼프 대통령 맞은편에 앉아있다. 백악관 부비서실장 엑스(X) 캡처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일본이 합의 내용을 두고 미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25%에서 15%로 인하한 관세를 부여받았지만, 당장 이 관세의 발동 시기조차도 모호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로선 8월 1일 관세 적용 시점부터 이번 합의에 따른 세율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미국은 대통령령 등 조치나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일본이 가장 예민한 자동차 및 부품에 관한 관세 발동 시기도 확정되지 않았다. 협상을 담당했던 아카자와 료세이(赤沢亮正) 경제재생상도 지난 24일 일본 입국 후 기자단에게 "상호관세 15%가 발동되는 것은 8월 1일일 것이다"며 27.5%에서 15%로 인하된 자동차 관세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하고 싶다"라고만 말했다.

5500억 달러(한화 약 760조원)의 대미 투자를 두고도 신경전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은 5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한다"며 "투자 수익의 90%는 미국이 취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치 일본 정부나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면서 수익 대부분을 미국에 양보한다는 것처럼 들리다 보니 일본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반발했다. 지난주 미국과의 협상이 타결됐다는 발표가 나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던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일본 경제나 기업에 영향을 최소화한 내용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자신의 기존 입장을 철회했고,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일미 간 해석 차이가 지뢰밭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인 퍼스트'를 앞세운 참정당의 가미야 소헤이 대표 역시 "미국과의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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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일본 정부 설명에 따르면 5500억 달러의 투자는 정부계 금융기관의 출자와 융자, 보증 한도로 직접적인 재정 지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실제로 투자하지 않으면 투자액수는 실제 저 정도까지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이익 배분에서도 견해차를 고스란히 드러내는데, 일본에선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출자 비율에 따라 달라지며 그 수익을 얻는 것도 미국 정부가 아니라 '민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국제협력은행(JBIC)을 통한 출자를 상정하고 있는데, 통상 JBIC가 10%를 출자하면 나머지 90%는 일본 기업을 포함한 민간 사업체가 담당하기 때문에 이 출자 비율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지난 25일 NHK에 출연해 "5500억 달러를 미국에 뺏겼다는 해석은 완전히 엉뚱한 것"이라며 "결국은 투자를 추진하는 민간 기업이 계약을 통해 정하게 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출자는 전체 투자 규모의 1~2% 정도라고 전망했다.

쌀에 대한 합의 내용에서도 미국은 일본이 미국산 쌀 수입을 즉시 75% 늘린다고 주장하지만, 일본은 무관세 수입쌀 쿼터를 의미하는 미니멈 액세스(MA)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국산 쌀의 비중을 늘리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미국 주장대로 미국 쌀 수입량을 75% 올려주기 위해선 태국 등 다른 나라에 대한 쿼터를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방위 장비를 일본이 매년 수십억 달러어치 추가로 구매한다는 내용에 대해선 일본은 합의에 방위비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본 방위성의 기존 계획 범위 내에서 미국산 장비를 구매하면 충분할 것이란 전망이다.

닛케이는 이같은 입장차이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두 나라가 공동으로 작성한 합의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베트남과도 공동 합의문을 교환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동시에 여러 나라와 협상이 진행되다 보니 실무 작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일본 언론들은 미국이 분기마다 일본의 투자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불만을 느끼면 다시 관세를 올릴 것이라고 언급하는 것을 불확실성 요소로 보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미국과 관세 합의를 하더라도 공동 합의문을 작성하지 않을 가능성과 그에 따른 입장이나 해석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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