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하루 12시간 동영상 강의 틀어놔야할 판"…의대생 2학기 복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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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 23일 '의대생 복귀 및 교육 운영 방안'을 발표한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의과대학 모습. 뉴스1

정부가 의대 총장·학장들이 제안한 의대생 복귀 방안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1년 5개월 넘게 수업을 거부해온 의대생에게 돌아올 길을 터줬다. 하지만 학칙을 변경해 교육 과정을 6년에서 5년 6개월로 줄이고, 학년제를 학기제로 바꿔 유급 복귀 기준을 완화하고, 의사국가시험(국시)을 추가로 시행한다는 이른바 ‘3종 특혜’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압축 수업에 따른 교육 질 저하, 미리 복귀한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올해 2학기 복귀하는 8000여명의 의대생 중 본과 4학년은 2026년 8월), 본과 3학년은 2027년 2월 또는 8월, 본과 2학년은 2028년 2월, 본과 1학년은 2029년 2월 순으로 졸업한다. 의과대학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가 제안한 안을 정부가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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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2학기 복귀가 성사됨에 따라 내년 1학기 24·25·26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이른바 ‘트리플링’(Tripling) 상황은 막았다. 하지만 24·25학번 학생이 같이 듣는 수업 ‘더블링’(Doubling)으로 강의 질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학가에선 새로운 학사 일정과 강의실 마련, 교수 인력 수급 문제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녹화했던 강의 동영상을 재사용해 수업을 대체해야 학사 일정을 맞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과 4학년의 경우 이수해야 할 실습은 1900시간이다. 1년 내내 방학 없이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에 6시간 이상 받아야 할 양이다. 방학 동안 계절학기 등을 이용해야 부족한 실습 시간을 채울 수 있다. 이렇게 공부를 한 본과 4학년은 내년 8월 졸업하는데, 이들을 위해 국시 응시 기회를 추가 제공하니 의료계에선 ‘특혜 학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정승준 한양대 의대 교수는 “내년 2월 정상 진급을 하려는 본과 1·2학년 학사 일정을 맞추려면 하루에 10~12시간씩 동영상 강의를 틀어놔야 할 판”이라며 “구체적인 학칙 조정에 대한 방안 없이 밀어붙이는 건 교수들 보고 편법 강의를 하라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강의를 맡은 교수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학생 범위를 벗어나 더블링은 물론이고, 의대 정원을 급격히 늘린 대학의 경우 엔 트리플링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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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본관 건물. 2학기부터 유급된 학생들이 들어와 강의를 들을 예정이다. 김민상 기자

특히 지난 4월 정부·대학에 안내에 따라 미리 복귀했던 학생들과 2학기 복귀 학생이 같은 강의를 한 교실에서 교육 받는 경우 따돌림과 보복 행위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앞서 기존 복귀 학생들을 ‘감귤’(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와 의대생을 비꼬는 은어)이라고 부르며 보복을 예고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한 적도 있다. 일부 대학들은 ‘따돌림 금지’ ‘성실 수업 이수’라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학생들에게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2학기 복귀 의대생에 대한 '특혜' 논란도 확산일로다. 지난 17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란엔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복귀 특혜 부여 반대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전 현재 약 7만3000명이 동의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특혜성 조치를 기대하고 돌아온 의대생이 우대받는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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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전공의 복귀 특혜 부여 반대에 관한 국민청원. 사진 국회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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