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뉴스1

22대 총선을 6개월가량 앞둔 2023년 가을,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 맞은편에 앉은 하얀 얼굴에 검정 테 안경을 쓴 40대 남성이 앉았다. 제1야당 대표가 당선이 확실한 자리에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하겠다는데도 요지부동이었다. 그저 “제 분야와 관련한 법·제도나 국가 정책을 만드실 때 필요하시면 민간 전문가로서 외곽에서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답할 뿐이었다.

쳇바퀴를 돌던 대화 중 이 대통령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과 국가 AI 정책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자 안경 너머 남성의 두 눈이 반짝였다. 국가 단위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통제할 수 있는 ‘소버린 AI’과 생성형 AI 개발에 필요한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의 중요성에서 시작한 대화는 1시간 남짓 이어졌다.

이 남성은 면담 이후 주변에 이 대통령이 “상대방 말을 경청하고, 흡수와 이해가 매우 빠르다”고 평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고 함께 일하기를 원한다는 것의 진정성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공천 제안을 끝내 정중히 거절했다. 자신의 역할이 입법부가 아닌, AI 산업 현장에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2025년 3월. 두 사람은 다시 조우했다. 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국민 참여 프로젝트인 ‘모두의 질문 Q’ 유튜브 방송에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 비상계엄 이후 조기 대선이 확정됐고, 이 대통령은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때였다. 이날 방송에는 오혜연 KAIST AI연구원장 등 내로라하는 AI 전문가들도 함께 출연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눈길은 바로 오른쪽에 앉은 남성, 네이버 퓨처 AI 센터장을 맡고 있던 하정우 박사에게 자주 쏠렸다.

방송이 끝날 무렵, 이 대통령은 하 박사를 바라보며 아쉬운 듯 팔을 붙잡았다. 이 대통령 입에선 아무도 예상치 못한 말이 흘러나왔고, 하 박사는 당황하며 얼굴을 감싸 쥐며 책상에 엎드렸다.

“하정우 선생님, 저번에 잡았어야 하는데… 언젠가 같이 하게 되겠지요.”

해당 유튜브 방송은 곧바로 정치권에서 화제가 됐다. 국민의힘에선 “국가가 기업 성과를 독점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무서운 기본사회 구상”(오세훈 서울시장), “30% 국유화 투자만 하면 엔비디아가 하늘에서 떨어지냐”(유승민 전 의원)고 이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대선 막판까지 뜨거운 화두였던 이른바 ‘K-엔비디아’ 논란의 시작이었다.

정작 하 박사는 정치권의 줄서기나 편 가르기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는 보름 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유튜브 방송에도 출연했다. 당시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도 맡고 있던 하 박사의 관심사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끌어가는 AI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흘째인 6월 6일 대통령실 조직 개편안을 공개하면서,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을 신설했다. 그때만 해도 하 수석은 자신을 위한 자리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틀 뒤인 6월 8일 대통령실이 네이버 측을 통해 영입 제안을 해왔다.

“당혹스러웠어요. 가족들 반대도 심했고요.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인 데다, 월급으로 대출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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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영입 제안에 얼굴 감쌌다…“대출 어떡해” 하정우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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