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미 협상 키 떠오른 K조선..."日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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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왼쪽 둘째)이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해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왼쪽 셋째)과 함께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며 건조 중인 함정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 협상의 막판 지렛대로 양국 조선업 협력이 부상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건조량 기준 세계 2위 수준인 한국의 조선 기술을 미국에 전수하면 상호관세, 자동차·철강 등 품목 관세를 낮출 수 있다고 봐서다. 중국 견제를 위해 해군력 증강과 조선업 부흥을 노리는 미국으로선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한 조선업체 임원은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 당국자와 수시로 소통하면서 협상 타결을 위한 한·미 조선 협력의 세부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전날 대통령실은 대미통상 대책 긴급회의를 마친 뒤 “미국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빅3’는 정부에 현지 건조를 위한 인력양성, 기술이전, 기자재 공급망 강화 방안을 제출했는데 이후에도 민관이 함께 대응방안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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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지난 22일(현지시간)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역시 협상 지렛대로 조선업 협력을 내걸었다. 백악관은 지난 23일 팩트시트(참고자료)를 통해 “일본은 미 제조업 재건을 위해 55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으로 (이 자금에는) 상선 및 국방 분야의 선박 건조 사업, 미국 현지 신규 조선소 건설과 기존 조선소 시설의 현대화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중국(4953만CGT), 한국(1113만CGT)에 밀려 지난해 글로벌 신규 수주 점유율이 6%(439만CGT·3위)까지 떨어졌지만, 선박 제작·운용 기술은 건재하다는 평가다.

일본이 먼저 미국과 조선업 협력을 약속했지만 기술력에서는 한국이 앞선다는 평가다. 한국은 초대형 LNG선 건조와 친환경(암모니아 등) 첨단 연료 대응 기술을 보유한 반면 일본은 중소형 LNG선 및 컨테이너선 건조 역량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헌팅턴 잉걸스(군함), ECO(상선)와 각각 기술협력을, 한화오션은 미국 오스탈USA(군함) 지분 확보, 한화필리십야드(상선) 인수 등으로 대미협력이 이미 진행 중인 점도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카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인력 파견 및 교육, 기자재 공급망 확충안을 내걸어서 일본과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정부 차원의 조선 관련 대미투자 펀드를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되,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회수 목표를 세워 ‘퍼주기’가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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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지난해 말 수주해 올해 3월 출항시킨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 왼쪽 상단이 정비 후 모습이다. 사진 한화오션

일각에서는 군수지원함 유지·정비·보수(MRO)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해군 7함대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일본 도쿄만 인근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MRO 사업을 맡겨왔다. 하지만 최근 정비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동맹국에 맡기기 시작했다. 한화오션도 지난해부터 총 3척의 비전투함 MRO 사업을 수주했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MRO는 단순노동 위주여서 고부가가치 사업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미국과의 군사적인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수단”이라며 “미국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기도 하거니와, 한국 업체의 현지 군함 건조 가능성을 높이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올 1월 미 의회예산국은 미 해군이 2054년까지 연평균 300억 달러(약 43조 8900억 원)를 투입해 총 364척의 신규 함정을 건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일부만 수주해도 사업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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