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성 지안현에 있는 고구려시대 석릉인 장군총. 중앙포토

고구려·발해 등이 있었던 중국 지린성 지역의 공산당 최고위 인사가 지린성 일대 고대사에 대해 “떳떳하게 부여·고구려·발해 등의 역사를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27일(현지시간) 중국 지린일보에 따르면 북중러 접경 지역이자 옌볜 조선족자치주가 속해 있는 지린성의 황창(黃强) 당서기는 지난 19일 ‘지린성 근현대사 전시회’ 준비 작업을 시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황 당서기는 지린성 지역 고대사 전시 설명을 들은 뒤 “가장 직관적인 방식으로 나타내 관람객들이 한눈에 환히 알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린성은 과거 고구려와 발해 등의 중심지였던 지역으로, 현재는 북중러 접경지이자 옌볜 조선족자치주가 속해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초중반 고구려·발해 등 한국 고대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을 시도해 논란이 된 바 있으며, 최근 들어 ‘중화민족 공동체론’을 내세워 자국 내 소수민족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는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황 당서기는 또 이날 근현대사 시기 중국의 반식민 저항활동과 항일전쟁에 대해 언급한 뒤 “근현대사 전시회를 잘 치르는 것이 올해 지린성의 선전문화 계통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람객의 시각에서 문제를 고려하고, 대조 등의 방식으로 역사적 맥락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며 “도표·문물·자료 등을 엄격히 고증해야 한다”며 오는 8월 말까지 전시 준비를 마칠 것을 지시했다.

올해는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이며, 중국은 9월 3일 수도 베이징에서 전승절 퍼레이드를 여는 등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에 촬영된 항공 드론 사진은 중국 동북부 지린성 허룽시 광둥촌의 전경을 보여주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황 당서기의 이번 발언과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중간 외교적 분쟁이 되살아날 가능성”을 언급하며 “동북아에서 고대사를 둘러싼 논란은 1960년대 북한과 중국의 공동 발굴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남북한 모두 중국의 역사 해석에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SCMP 인터뷰에서 “지린성 지도자가 다시 중화사상으로 도발하면 이는 역사 인식의 정치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한국 새 정부 출범 후 한중 관계의 정상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뤼차오 중국 랴오닝대 교수는 “황 당서기의 발언에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역사 논쟁을 다시 시작하려는 게 아니며 현재의 맥락은 동북공정이 있던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국 정부 모두 이번 황 당서기 발언에 대해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