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억지로 웃기려 하면 안 웃겨, 평양냉면처럼 연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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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은 “영화 ‘좀비딸’이 인생의 흐름에 맞게 자연스럽게 찾아온 작품”이라며 “부성애가 확 와 닿았다”고 말했다. [사진 NEW]

가스 테러 속에서 연인과 가족을 구해내는 백수 청년(‘엑시트’, 2019), 재취업의 간절한 목표를 위해 여장 남자가 되는 항공사 기장(‘파일럿’, 2024).

절박한 상황 속에서 코미디와 인간미를 적절히 구사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여름 코미디 영화의 달인, 배우 조정석(45)이 다시 여름 극장가를 찾는다. 이번엔 좀비가 된 딸을 둔 아빠다.

그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좀비딸’에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 수아(최유리)를 지키려는 맹수 사육사 정환 역을 맡았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당국이 좀비들을 사살하는 가운데, 정환은 수아와 함께 어머니 밤순(이정은)이 사는 바닷가 마을 은봉리로 향한다. 그리고 감염 전 기억을 갖고 있는 수아의 모습에 희망을 품고,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딸을 인간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tvN)에서 조정석이 보여준 다정다감한 아버지 연기가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였다면, 이번 영화에서의 아버지 연기는 부성애 그 자체다.

24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부성애’라고 말했다. 그는 2018년 결혼한 가수 거미와의 사이에 다섯 살 딸을 두고 있다.

“아버지의 마음이 커져 가고 있을 때 절묘하게 이 작품이 제게 다가왔어요. 작품 선택도, 감정 연기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애를 쓰면서 뭔가 더 끄집어낼 필요가 없었죠. 일부 장면들에서 폭발적으로 올라오는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아이가 없었다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죠.”

그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딸을 살리려는 아빠의 모습을 담은 엔딩 신이 특히 각별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볼 때부터 이 장면에서 눈물이 터졌다는 그는 “영화의 결말이 원작과 달리, 희망의 여운을 남기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딸이 나중에 커서 ‘좀비딸’을 보면, ‘아빠, 이때 내 생각하면서 연기했어?’라고 물어볼 것 같다”며 딸바보다운 미소를 내비쳤다.

‘좀비딸’은 글로벌 누적 조회수 5억뷰를 기록한 동명 네이버웹툰이 원작이다. 조정석은 ‘좀비딸’의 강점이 슬픔과 코미디의 절묘한 교차에 있다고 말했다. “딸이 눈앞에서 좀비로 변하는데도 ‘눈을 왜 그렇게 떠?’라고 능청스러운 위트를 구사하는 게 이 영화의 킥”이라며 “슬픔이 밀려올 때면 어김없이 위트가 되살아난다”고 했다.

정환과 수아가 좀비들을 피하기 위해 좀비인 척 일부러 과장된 몸짓을 하고, 좀비가 된 수아가 할머니 밤순의 효자손을 가장 무서워하는 등 만화적 설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대사인지, 애드리브인지 헷갈릴 정도의 웃음 포인트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조정석은 코미디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웃기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미디는 텍스트의 힘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것일 뿐”이라면서다.

“억지로 웃기려고 하면 되레 안 웃기잖아요. 절묘한 타이밍과 호흡이 코미디의 생명이죠. 제 코미디 연기의 장점은 평양냉면 같은 담백한 맛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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