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초읽기 몰린 한국, 관세 15%가 마지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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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관세 협상이 촉박한 시간과 ‘15%’라는 숫자의 덫에 걸렸다. 상호 관세가 부과되는 8월 1일까지 불과 4일 남은 데다 일본(관세율 15%)과 비슷한 성적표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에서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현지시간)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통상 현안을 협의한다. 상호 관세 발효일 하루 전의 막판 교섭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4~25일 이틀에 걸쳐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27일 참모들로부터 협상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등 대통령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정부는 농산물 등을 협상 품목에 올리고, 조선업 협력 등을 협상 타결의 촉매제로 활용할 전망이다.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수출관세를 15%로 낮추는 쪽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15% 초과의 성적표를 받아들인다면 일본보다 못한 협상을 했다는 것으로, 국내 여론에 대한 부담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말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관세 협상의 마지노선은 8월 3일(일요일)인 만큼 막판까지 협상을 타결하려고 노력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보다 높은 관세 땐 한국성장률 0.8%도 못 지킨다

부진한 관세 협상 성적표를 받을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크다. 일본·독일 등이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가장 큰 경쟁국이라서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미국 수입 상위 9개국을 대상으로 수출경합도(ESI)를 분석해 보니 일본 0.52, 독일 0.41로 1위·2위를 차지했다. 수출경합도가 1에 가까울수록 같은 품목을 미국에 주로 수출해 경쟁도가 치열한 국가다.
한국은행은 최근 “일본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가 부여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관세가 15%를 넘을 경우 기존 경제성장 전망치(0.8%)보다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 교수는 “관세로 인해 대미 수출이 감소하게 되면 내수 회복으로 인한 경제성장률 증가 효과를 상당히 상쇄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박경민 기자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의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은 일본 13%와 한국 11.5% 등으로 격차는 1.5%포인트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판매 가격은 2만6900달러(기본 트림 기준)로 토요타 캠리(2만8400달러)보다 5% 이상 저렴하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점유율은 2019년 7.8%에서 올해 상반기 10.9%까지 늘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주요 경쟁사인 일본 업체에 대해 가격경쟁력 확보상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하이브리드(HEV) 차량을 국내 생산해 수출하는 현대차에 매우 도전적인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자동차 외에도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 상당수가 품목별 관세에 묶여 있어 관세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한국 경제와 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김주원 기자
한국 정부는 상호관세율과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의 최대한 완화를 요구하면서 일단 일본과 같은 상호관세율 15%를 1차 기준선으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한 통상 분야 전문가는 “상호관세 15%는 미국의 관심이 큰 한국의 조선 분야 협력, 국방비 인상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닌 듯하다”며 “다만 현행 25%인 자동차 관세를 일본과 같은 15%로 낮추려면 한국이 상당한 양보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관세 협상이 아예 실패할 경우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의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국내 총생산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5.8%)의 2배 수준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 비중도 44.4%(2024년 기준)로 OECD 평균(30%)보다 높다. 게다가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18.8%로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달 “미국의 관세정책이 그대로 강행되면 한국 경제가 안정을 회복한다고 해도 실질 GDP가 0.3~0.4%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대미 관세율이 1%포인트 인상될 경우 대미 수출은 0.4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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