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충격적 현장 보여준 ‘중국 AI혁명’ 기획…그늘도 짚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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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독자위원들이 지난 22일 중앙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제64회 독자위원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이재국 성균관대 교수, 김주형 서울대 교수. 우상조 기자
제64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위원장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회의가 지난 22일 중앙일보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이날 중앙일보 창간기획 ‘평화오디세이-중국 AI혁명 현장을 가다’ 시리즈가 풍부한 정보와 함께 다각도로 고민할 지점을 짚었다는 데 공감했다. 동시에 중국 AI 굴기 이면에 대한 비판적 접근도 향후 독자에게 전달할 것을 당부했다. 한·미 관세 협상 보도에 관해선 미국 측 협상 전략에 대한 취재와 보도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한·미 관세 협상은 국가 현안 과제 중 1순위인 만큼 적절한 시기에 상세한 보도를 잘했다. 단 한국의 협상 카드를 너무 구체적으로 보도하는 것 같다. 반대로 미국 측 협상 전략에 관한 현지 정보나 미 주요 인사에 대한 생생한 취재는 부족했던 것 같다. 지난 8일 이후 계속되는 전셋값 상승 관련 보도는 시의적절하지만, 원인과 대응 방안에 대한 심층 취재가 아쉬웠다. 9일자 B1면 “자영업자, 주휴수당·퇴직금 부담도 커진다” 기사는 대통령 공약 사항이 갖는 문제점과 파급 효과를 선제적이고 구체적으로 검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22일자 B1면 “고용보험 지금도 적자인데…자발적 이직 청년까지 실업급여?” 기사도 정부가 검토 중인 사안에 대해 필요성은 있을지라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적절히 지적했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6월 30일자 10면 ‘전북 동학혁명 유족수당 논란’ 기사 관련 우리가 기념하는 것과 차별을 당한 분들에 대해 보상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차별에 대한 보상은 현대 대한민국에 기초해야 하는데 조선 시대까지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점을 잘 지적했다. 22일자 2면 [바로잡습니다](7월 18일자 10면 ‘전세 살며 강남 재건축 투자…이 내각 수십억 부동산 달인’ 기사)는 정정 기사인데 오보를 정정한 건 잘했지만, 이 정도 사안이라면 정정 보도가 더 크게 나가야 독자가 더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14일자 B2면 ‘한국 최저임금 사실상 1만2300원, 동아시아서 가장 높다’ 기사에서 동아시아는 한국·일본·대만·중국이다. 비교 대상을 동아시아로 한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평화 오디세이’ 기사는 정보도 풍부하고 한국 입장에서 고민해야 할 내용이 많아 좋은 기획이었다. 읽고 나니 뭔가 긴장감이 확실히 생기더라. 정책·교육과 관련된 포인트도 상당히 좋았다. 다만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지점도 말씀드리겠다. AI 논의 지형이 경제·산업의 각도에서만 바라보고 있어 단선적이었다. AI 기술 발전이 지닌 정치적·사회적 함의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기획 키워드가 ‘평화’인 만큼 AI가 정말 평화의 촉매가 될 것인지, 또 다른 배제나 지배의 도구가 될 것인지 등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에 중앙일보가 앞장서 주길 바란다. 8일자 2면 ‘시진핑, 질서 있는 퇴진설’ 기사는 심도 있는 분석이어서 아주 유익했는데, 후속 기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중국 국내 정치는 당연히 우리에게도 아주 큰 의미가 있으니 관련된 앵글은 더 살려주면 좋겠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더중앙플러스에서 부산의 여고생 투신 사망 사건을 다루면서 세 차례 시리즈로 소개했다. 온라인에 약간 맛보기 기사를 올려 독자들이 읽도록 유도한 뒤 읽다 보면 뭔가 궁금해질 때 딱 끊긴다. 기사의 유료화도 의미가 있긴 하지만, 이 사건은 윤리적으로 다룰 문제다. 중앙일보는 청소년 자살이 정말 심각하다고 계속 지적해왔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여고생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전달하고 유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다. 그런데 이를 유료로 처리하면서 사건의 심각성보다는 흥미를 유발하는 이슈로 바꿔버렸다. 이러한 보도 방식은 중앙일보 신뢰도 흠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재난 보도 때 ‘괴물’이라는 수식어는 재난이 얼마큼 강한지에만 집중하게 되고 예방책 등 다른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어 신중하게 사용하는게 좋겠다.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대한민국 트리거 60’과 창간기획 ‘평화오디세이’는 훌륭한 기획이었다. ‘대한민국 트리거 60’은 과거를 되돌아보는 기획인 만큼 해당 사건이 우리 역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을 잘 담으면 훌륭한 기사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칫 성의 없는 기사가 될 수도 있다. 과거 중심보다는 현재와 미래 관점에서도 다뤄주면 좋겠다. ‘평화오디세이’ 관련 중국 AI는 명암이 있겠지만, 그 문제를 떠나 충격적일 정도로 관심 있게 봤다. 한국이 분발해야 되겠다고 느꼈던 좋은 기사였다. 1일자 18면 “시청역 역주행 비극 1주기…보행자 안전, 얼마나 나아졌나” 기사는 시청역 사건 1주기를 되돌아보는 기사여서 인상적이었지만, 내용이 서울에 한정돼 아쉬웠다. 14일자 B1면 “4인가족 삼계탕 외식 10만원…초복 앞 간편식 삼계탕 인기” 기사는 단순히 간편식 삼계탕이 인기라고만 보도할 게 아니라 고물가 시대에 내식 위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걸 종합적으로 보도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주영환 변호사=중앙일보는 특검 수사 정보를 빠짐없이 정확하게 보도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돋보인다. 다만, 수사 내용과 동떨어진 선정적 내용으로 수사 대상자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방식의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 10일자 14면 “인증샷 올리면 수익 보장…팀미션 사기에 전재산 잃었다” 기사는 신종 사기 수법을 실감 나게 보도했다. 15일자 14면 “개인정보 몰래 학습한 AI ‘이루다’…1인당 최대 40만원 배상” 기사는 AI 개발 과정에서 개인정보 동의 절차의 명확성 등에 관해 관심을 끈 사건을 잘 소개했다. 그런데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유재연 한양대 사회혁신융합전공 겸임교수=‘트리거 60’은 독자들이 꼽고 전문가들이 분석한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꼼꼼하게 보여줬다. 다만, 신문 지면으로만 봤을 때는 이러한 기사들이 통일성 없이 다소 중구난방으로 보도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평화오디세이’ 시리즈는 현장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기사였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어떻게 관련 질서와 규범·규율을 잡아가고 있는지, 비판에 대해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팽팽한 시선이 없이 전시된 현상을 중심으로 시리즈가 설계된 것 같아 아쉬웠다. 3일자 ‘청년창업 가뭄’ 기획은 단순히 문화적 이유뿐만 아니라 도시와 지역의 차이, 소득의 차이 등 청년에 대해서도 세분화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홍지혜 마이아트컴퍼니 대표=‘평화오디세이’ 기획은 전반적으로 다양하고 현장감 있는 기사였고, 중국의 오늘을 통해 한국의 내일을 성찰하게 하려는 진정성 있는 시도였다. 단 특정 기업의 성과를 묘사할 때 검증된 수치나 외부 평가보다 창업자의 주장이나 시연 장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2일자 20면 “5만명 뛰어놀았다, 일본 홀린 한국 ‘월디페’”와 7일자 18면 “다시 ‘블핑’의 시간” 기사는 한국 대중음악 산업의 확장성과 공연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시의성 있는 보도였다. 그런데 분석적 시각보다는 정보의 나열에 가까웠던 점과 문화적 함의나 산업적 영향력에 대한 분석은 부족한 점은 아쉬웠다.
▶오세정 독자위원장=‘대한민국 트리거 60’ 기획 기사의 게재 순서가 궁금하다. 연도순은 아닌 듯한데 다음에 뭐가 나올지 기대가 되지만 무엇일지 예측은 불가능하니 독자들이 조감할 수 있게 향후 기사 제목을 알려주는 등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 AI에 집중했던 이번 ‘평화 오디세이’ 기획은 중국이 더는 ‘짝퉁’을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첨단 기술의 나라라는 점을 알리며 독자에게 경각심을 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중국이 조기에 AI 개발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사회주의적 체제의 문제나 인권 문제도 언젠가 한 번 다뤄주는 게 필요하겠다. 중앙일보가 좋은 기획 기사를 많이 보도하지만, 현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느낌도 든다. 1일자의 경우 전날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기사가 실리지 않았다. 사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 등 관심이 많았는데, 회의가 아무 결론 없이 끝났다는 것도 중요한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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