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5세전 결혼 소녀 1300만명…이 나라에 스포츠 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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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방글라데시 다카의 아동 체육 센터에서 만난 라나 플라워스 유니세프 방글라데시 사무소장. 이날 플라워스 사무소장은 비 오는 운동장에서 장화를 신고 아이들과 함께 30분 동안 축구에 몰입했다. 다카=전율 기자

“아이들을 위험한 노동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면, 그 아이와 가족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방글라데시 전체가 변화하고 발전할 것입니다”

지난 8일, 방글라데시 다카 슬럼가의 아동체육센터에서 만난 라나 플라워스 유니세프(UNICEF) 방글라데시 사무소장은 아동 노동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플라워스 소장은 센터 운동장에서 여자아이들과 어울려 축구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비가 쏟아져 운동장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지만 아이들은 축구화를, 플라워스 소장은 장화를 신고 약 30분 동안 쉬지 않고 축구공을 쫓아다녔다.

유니세프 방글라데시 소장 현지 인터뷰

방글라데시 통계청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아동 노동 인구는 약 354만명. 유니세프 통계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학교 밖 아동·청소년은 약 2000만명에 달한다. 유니세프와 방글라데시 교육부 및 지자체는 이러한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한 대안 학교와 교육센터 약 1500개를 운영한다. 이날 방문한 체육 센터도 이 중 하나로, 노동 등의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축구화와 가라테 도복 등을 제공하고, 운동과 호신술을 가르쳐준다.

플라워스 소장은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을 모아 폭력과 조혼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으로 스포츠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사무소 소장을 지내다 지난해 8월 방글라데시 사무소에 도착한 그는 “나를 정말 기쁘게 하는 것은 여자아이들이 관중 앞에서 자신감을 갖고 축구공을 차고, 주말에 부모님이 응원하러 오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스포츠는 자신감을 키우고, 의사소통을 배우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아동노동 중단과 조혼 금지에 대해서도 플라워스 소장은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2024년 유니세프 통계에 따르면 현지 여성의 51%가 18세 전에 결혼을 한다. 특히 약 1300만명(15%)에 달하는 여자아이들이 15세 이전에 결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플라워스 소장은 “교육받은 여자아이들은 교육받은 어머니가 된다”며 “여자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은 그다음 세대가 더 강해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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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조미진 사무총장이 지난 9일 다카의 한 호텔 로비에서 유니세프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캬=전율 기자

지난 9일 방글라데시 현지 조사를 통해 아동 노동 실태를 파악한 조미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유니세프의 활동을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로 정의했다. 조 사무총장은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학교 밖 아이들에 대한 지원을 단순한 시혜적 의미가 아닌 동등한 기회 제공의 의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은 자기를 보호할 능력이 아직 없다”며 “주어진 환경과 재난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이 세상의 미래가 누구냐 하면 바로 아이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이들이 보장받을 권리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굉장히 중요한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조 사무총장은 또한 대한민국이 한국전쟁 이후 유니세프로부터 43년간 지원을 받다가 비로소 지원을 보내는 나라가 된 사실도 언급하며 “자부심을 갖고 관심을 가져달라”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유니세프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에게 삶의 기회를 줄 수 있고, 이러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통해 많은 아이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며 “아이들에게 희망의 연결 다리를 놔주는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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