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광명 아파트 불 65명 사상…소름돋게 적중한 2년전 예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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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이 17일 주차장에 불이 난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한 아파트에서 인명 수색하는 가운데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소방당국은 경기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 화재 신고를 접수받은 후 4분 만인 9시 9분 현장에 도착했다. 이후 지휘차를 포함한 차량 43대와 인력 100여명이 동원돼 진화에 착수했다. 통상 대형화재 발생 후 5~7분을 골든타임으로 정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발 빠른 대처였다”(전직 구급대원)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3명 사망, 중상자 16명을 포함한 총 65명의 사상자 발생. 1층 출입구를 타고 들어온 불길과 연기에 입주민들이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해 피해가 확산된 결과다.
이번 화재로 사망한 박모(66)씨도 화재를 인지했지만 탈출에 실패했다. 그는 불이 시작된 1층 필로티 주차장 바로 위인 2층 거주자였다. 박모씨의 남동생 박재성(62)씨는 중앙일보에 “형님이 화재 2분 전 마지막 통화에서 ‘밖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난다’고 했었다”며 “그 이후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모씨는 아파트 계단참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다른 사망자 2명도 각각 계단참, 지하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이들이 계단을 통해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소방활동 자료조사서’에 따르면, 소방당국이 2년 전 이 같은 상황을 예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광명소방서는 2023년 8월 21일 해당 아파트를 조사하며 취약장소로 ‘1층 지상주차장’을 지목하고 “화재 발생 시 피난통로가 제한적이다. 유사시 인명 대피에 주력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취침시간 대 화재가 발생하면 다수의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는 문구도 넣었다. 인명구조 계획으론 “주계단을 이용해 옥상·피난층으로 인명 피난 및 구조 가능”이라고 명시했다.

2023년 8월 21일 광명소방서가 작성한 소방활동 자료조사서의 일부.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다만 자료조사서는 소방기본법상 현장 대응 시 참고 자료로만 활용된다. 이 때문에 취약점을 알아도 건물주에게 시설 보완을 권고할 수 없다. 소방청 내 유관 부서끼리만 공유하고 대비할 뿐이다. 광명소방서도 해당 조사서에 조치사항으로 “(건물) 관계자에게 소방시설 유지·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교육했다”고 적었다. 올해 2월 5일 소방시설 자체점검에서도 1층 주차장의 고장 난 열 감지기 4대를 교체한 후 ‘양호’ 판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소한의 권고 조치라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채진 목원대(소방방재학) 교수는 “다수의 인명피해를 예견하고도 아무 조치도 할 수 없었던 현실이 안타깝다”며 “가연성 건축 자재만이라도 교체하라는 등의 권고라도 정부가 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용재 경민대(소방안전관리학) 교수도 “이미 준공된 건물에 출입구를 2개를 놓으라고까지 요구를 할 순 없겠지만, 방화구획을 촘촘히 만들고 방화벽·자동폐쇄장치 등을 보강하도록 조치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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