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 파운드리 부활 신호탄 쐈다… 테슬라와 22조 초대형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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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가 22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계약을 따냈다. 오랜 첨단 공정 수주 가뭄 끝에 내린 단비다.

28일 삼성전자는 165억 4416만달러(약 22조 7647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계약기간은 2025년 7월부터 2033년 12월까지다.

고객사의 비밀 유지 요구로 계약 상대는 ‘글로벌 대형기업’이라고만 밝혔으나,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X에 “삼성 텍사스 신규 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직접 공개했다. AI6은 테슬라의 자율주행용 인공지능(AI) 칩으로, 2나노(1㎚=10억 분의 1m)급 공정으로 제조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수주, ‘막힌 혈’ 뚫다

이번 계약은 삼성 파운드리의 단일 수주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게다가 2나노급 최첨단 공정으로 빅테크 물량을 수주한 첫 사례다.

파운드리는 팹리스(설계전문기업)가 설계한 칩을 대신 제조해주는 사업으로, 선제적인 투자로 공장을 짓고 운영하는 데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대형 고객사와 장기 계약’이다. TSMC는 2010년대 초반 애플의 모바일 칩 생산을 수주하면서 급부상했고, 2020년대 초반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을 수주하며 압도적인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가 됐다.

삼성 파운드리는 TSMC에 이어 세계 2위 파운드리이지만, 그간 대형 외부 고객을 수주하지 못했다. AI 반도체·투자 활황으로, 최근 2년 새 TSMC 파운드리에는 고객사가 줄 서서 기다렸고 가격은 계속 올라갔다. 그럼에도 삼성·인텔 파운드리는 수율 및 품질에서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해, 삼성 갤럭시용 칩이나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내부 물량만 근근이 소화해 왔다. 삼성 파운드리의 적자 규모는 지난해 4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번 수주는 삼성 파운드리의 ‘막힌 혈’을 뚫는 한 방인 셈이다. 고객이 없어 가동을 미뤄왔던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시의 삼성 파운드리 공장도 활용할 전망이다.

삼성, '인텔 전철' 안 밟으려면

올해 들어 삼성전자는 1.4나노 양산을 2년 뒤로 미루고 2나노 공정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기로 파운드리 전략을 수정했고, 이를 지난 1일 파운드리 협력사 포럼에서 밝혔다. 첨단 공정을 먼저 양산하는 경쟁보다, 고객사를 유치하고 안정적인 품질로 만족시키는 데에 집중하는 방향을 잡은 것이다.

이번 수주는 그 일환이다. ‘고객이 없어 투자를 중단하고 공장이 멈추니 노하우가 안 쌓이는’ 그간의 악순환을 끊는 중요한 계기를 맞은 것이다. 동시에 인텔 파운드리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미국 정부가 나서서 인텔 파운드리에 국방부 일감을 주며 판을 깔아줬지만, 스스로의 기술·서비스 혁신의 부족은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었다. 인텔은 지난 2분기 파운드리에서 4조40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더는 고객 확보 없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의 '미국 파운드리' 왜 중요한가

지금까지 드러난 트럼프 정부의 기조는 ‘미국산(産) 칩을 미국 기업이 만들라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전임 바이든 정부는 미국 기업 인텔을 지원했으나, 트럼프 정부는 TSMC·폭스콘 등과 연합해 미국 내에서 AI 슈퍼컴퓨터를 만들겠다는 엔비디아의 계획을 인정했다.

인텔이 첨단 파운드리 경쟁에서 뒤로 물러난 지금, 미국 영토에서 첨단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건 TSMC(애리조나 공장) 외에 삼성뿐이다.

일론 머스크 CEO는 이날 X에 삼성 텍사스(테일러) 팹에 최신 칩을 주문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 공장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직접 현장을 방문해 진행 속도를 높일 것이고, 공장은 제 집에서 멀지 않은 편리한 곳에 있다”라고 덧붙였다.

27일(현지시간) 미국과 EU는 반도체 장비에 상호 무관세 합의했다. 서로 15%의 관세를 매기면서도, 대체재가 없는 분야에서는 무관세로 합의해 미국 반도체 산업에 해를 입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지난 27일 일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에 대해, “대만 반도체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일본 부품을 사용하거나 일본 시장의 수요에 맞춘 제품을 생산한다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TSMC 미국 공장에 일본 장비·부품을 사용하면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성공이 한국 소부장 기업의 미국 진출과 향후 대미 투자에 중요한 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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