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글로벌 광물전쟁…한국, 공급망 다변화 정책은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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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ㆍ중국 등 세계 각국이 ‘핵심 광물’ 확보 전쟁에서 한국은 한발 뒤로 물러나 있다. 28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희유금속 교역통계에 따르면 통계를 산출하는 희유금속 33종(희토류 5종 포함) 중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50%가 넘는 희유금속은 14개였다(수입액 기준). 특히 갈륨(98%), 인듐(93%), 마그네슘(84%), 니오븀(78%) 등은 대중 수입비중이 70%가 넘었다. 반도체 핵심소재인 갈륨과 마그네슘은 중국이 지난해 12월 수출을 통제하는 등 무기화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021년 요소수 대란 후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핵심광물의 경우 2023년 경제안보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한 구리ㆍ텅스텐ㆍ갈륨 등 핵심광물 33종을 선정했다. 이중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에 필수적인 리튬ㆍ니켈ㆍ희토류(5종) 등 10종은 전략 핵심광물로 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들 전략 핵심광물은 중국 등 특정국 수입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로 줄이는 게 목표다.

국가별 희토류 매장량 분포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 지징조사국]
그런데 공급망 다변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수출 통제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갈륨은 중국 점유율이 2020년 43%에서 2024년 98%로 늘어난 상황이다. 한국은 부존 광물 종류가 적은데다 채산성도 낮다. 국내 금속광물의 자급률은 0.5% 수준인데, 그나마 금광(11%), 철광(0.3%) 등을 제외하면 대다수 광물의 자급률이 0% 수준이다. 33종의 핵심광물의 수입의존도도 100%에 가깝다. 결국 해외에서 조달하는 답인데, 핵심광물 시장은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운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희토류의 경우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69.2%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등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건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희토류 수입이 막힐 경우 2차전지(-10.8%), 자동차부품(-24.2%) 등의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다. 이미 중국은 한국 정부가 정한 핵심광물 33종 중 30종을 핵심광물이나 수출 통제 품목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공급망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 중국이 지난 4월 수출통제를 한 희토류인 디스프로슘은 국내에서 공급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에서만 생산되는 디스프로슘은 전기차 구동 모터 부품인 영구자석의 핵심 소재다.
정부는 일단 핵심광물 비축을 통해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광물 재활용 등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추경에도 핵심광물 비축 예산 2147억원을 증액했다. 핵심광물 평균 비축량은 지난해 8월 기준 57.5일 수준이다. 다만 공급차질이 장기간 진행될 수 있는 데다, 필요한 비축량을 모두 채워놓기도 쉽지 않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비축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공급망의 다변화이고, 광산 개발 등을 통해 한국에 언제든지 갖고 들어올 수 있는 광물 자원을 확보해 놓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자원 확보 중요성이 커졌지만, 한국은 손발이 묶여있다. 정부는 2021년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한국광물자원공사를 통합해 광해광업공단을 만들며 신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금지시켰다. 현재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주 업무는 기존 보유 자산의 처분이다. 최근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서아프리카 니제르의 우라늄 광산(테기다 프로젝트) 지분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최근 우라늄 가격 상승으로 광산 운영 재개를 검토하고 있는 지금을 매각 적기로 보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라늄은 인공지능(AI)에 따른 폭증하는 전력 수요 등으로 원전을 다시 주목 받으며 각국은 확보에 나서고 있는 전략 광물이다. 광해광업공단은 이밖에 한ㆍ중 합작으로 설립한 중국 내의 희토류 생산법인과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등도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공공기관이 중심을 잡고 민간 상사와 협력해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2004년 각각 떨어져 있던 석유와 천연가스, 광물 등 확보 기능을 통합한 공공기관인 ‘석유천연가스ㆍ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이 중심이다. JOGMEC은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일본 상사기업인 소지쯔와 함께 2011년부터 호주의 희토류 생산업체인 라이너스사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후 꾸준히 지분을 늘리고 있다. 2023년에도 2억 호주달러를 추가로 출자해, 향후 이 회사가 생산하는 디스프로슘과 터븀의 최대 65%를 일본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내 사용하는 희토류의 30% 수준이다. 올해 3월에도 프랑스 희토류 업체인 Caremag사에 1억1000만 유로를 출자해 이 회사가 생산하는 희토류의 최대 50%를 일본에 장기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민간기업들은 해외광물 개발에 나설 때 원전처럼 공공과 민간이 함께 팀 코리아를 만들지 못하는 환경을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자원 개발 실패 후 쌓인 부채 문제와 국민 설득 등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제조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안정적인 광물 자원 확보는 필수인 만큼 공공 분야의 해외 광물 자원 개발을 다시 논의해 볼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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